등록 : 2006.01.15 19:52
수정 : 2006.01.17 08:26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1부 건강불평등 사회 ① 동네따라 수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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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넘자,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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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새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양극화 해소’로 모아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 속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사회 통합과 발전을 가로막는 ‘공공의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겨레>는 올 한 해 양극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대안을 함께 찾는 연중 시리즈를 기획했다.
제1부 ‘또 하나의 분단, 건강 불평등’은 그 서막이다. 양극화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라는 개념적 수준에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건강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는 현실을 확인한 것은 충격이었다. <한겨레>는 앞으로 양극화로 인한 ‘한국사회의 계층’과 사회통합 방안 등에 대해서도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지역별 ‘표준화 사망률’ 조사
서울 강북구에 사는 사람이 질병·사고 등으로 숨질 가능성은 서초·강남구에 사는 사람보다 3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 나이가 똑같을 경우 전국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 서초구이며 가장 높은 곳은 경남 합천군으로, 두 지역의 격차는 갑절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가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 의뢰해 2000년에서 2004년까지 5년 동안 전국 234개 시·군·구의 사망등록자료를 토대로 ‘성연령 표준화 사망률’(각 지역의 성과 연령 분포가 동일한 것으로 가정한 사망률, 이하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시·군·구별 통계에서 서울 서초·강남·송파 등 부유층들이 모여 사는 강남 지역은 단연 사망률이 낮았고, 지방의 낙후지역일수록 높은 양상을 보였다. 서초구는 지난 5년 동안 인구 10만명당 1772명이 숨져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낮은 사망률을 보였으며, 그 다음은 인구 10만명당 1805명이 숨진 경기 과천시였다. 서울 강남구는 1809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서울 송파구, 동작구 등 강남이나 그 인접 지역이 전국 사망률 순위에서 아주 낮은 쪽에 분포됐다.
부산에선 동서격차 심각
빈부 차, 건강에도 고스란히
반면, 사망률이 높은 곳은 태백·합천·함안·통영·밀양·창녕·무안·진도·의령·영월 등 모두 지방의 시·군이었다. 전국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합천군은 가장 낮은 서초구의 2배가 넘는 3547명이 숨졌다.
서울 안에서도, 강북구는 지난 5년 동안 10만명당 2334명이 숨져 서초구에 비해 562명이 더 많았다. 이를 현재의 강북구 인구(36만명)로 환산하면 강북구는 서초구에 견줘 5년간 2023명이 더 숨진 셈이다.
이런 모습은 부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부산에선 서울과 달리 남북 격차 대신 동서 격차가 두드러졌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가 최근 부산지역 표준화 사망률을 분석했더니 경제적으로 낙후한 사상·강서·사하·영도·서구·북구 등 서쪽 지역은 대체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고, 동쪽의 해운대·금정·동래·연제·수영·부산진·남구 등지는 사망률이 낮았다. 도시 안 농촌인 기장군은 사망률이 높았다.
이런 지역별 사망률 격차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학력과 소득 등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와, 이에 따른 건강행태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주변 지역의 생활환경, 의료기관 접근성 등의 차이도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겨레> 특별취재팀이 이들 지역에 살다 최근 숨진 사망자들에 대한 역추적 조사에서도 이런 분석 결과가 뚜렷이 확인됐다. 강영호 울산대 의대 교수는 “이번 표준화 사망률 분석 결과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빈부 또는 지역간 건강 불평등이 심각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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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령 표준화 사망률=사망률 계산에서 시·군·구별 비교가 가능하도록 성과 나이를 고려해 가공한 사망지표다. 예컨대,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수 있는데, 성연령 표준화 사망률은 이런 지역별 노령화가 사망률 지표에 끼치는 영향을 없애기 위해 성과 나이를 똑같게 만들어 놓고 사망률을 낸 수치다. 따라서 분석 결과 특정 지역의 성연령 표준화 사망률이 다른 곳보다 50% 높다면, 그 지역에 사는 같은 성과 나이대 사람의 사망위험이 50% 높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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