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4 17:49
수정 : 2006.02.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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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맨 오른쪽) ‘함께하는 시민행동’ 전문위원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기획예산처와 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한 ‘예산낭비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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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2부 정부살림 확대냐 축소냐 ③ 재원조달, 왕도는 없다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필요한 추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공공부문을 개혁하면 수조원이 생길 것 같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뻔한 얘기지만 세출구조조정이나 공공부문 개혁 등을 통해 불필요한 부문의 예산을 최대한 줄인 뒤 그래도 부족한 재원은 세수 증대나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메우는 방법밖에 없다.
세출구조조정 예산 우선순위 조정·새는돈 줄이기
공공부문 개혁 인력 전환배치 활용·공기업 매각
세수확대 18조 달하는 비과세·감면부터 축소
1. 철저한 세출 구조조정부터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세출 구조조정과 낭비성 예산 절감이다. 세출구조조정은 곧 예산 배분의 우선 순위 조정이다. 정부의 역할이 줄어드는 부문의 예산을 줄여, 새로운 소요가 발생하는 사회복지부문 등으로 돌리는 것이다. 관건은 경제개발예산과 국방비다. 사회간접시설(SOC) 등 경제개발예산은 올해도 예산의 22%(통합재정상 총지출 기준)를 차지한다. 선진국은 8%선에 그친다. 국방비도 전체 재정의 10%가 넘는다. 이런 예산을 줄이지 않고는 복지예산 확충은 어렵다. 경제개발 예산은 자연스레 줄어드는 추세지만 국방비는 여전히 성역이다. 이를 깨지 않으면 다른 부문의 세출구조조정을 요구할 명분이 약해진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해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2조4천억원(기존 사업비의 5.6%)을 절감했고, 올해는 모두 4조2천억원(9.3%)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런 돈이 고스란히 여윳돈으로 남은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부문으로 전용됐기 때문에 추가로 소요될 복지부문 예산 등으로 쓸 여지는 별로 없다.
낭비성 예산을 줄이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기획예산처는 각 부처의 낭비성 예산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예산낭비대응팀’을 신설해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낭비성 예산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예산 규모는 미미하다. 지난해 신고된 예산낭비 사례 중 대부분은 관련 규정을 고치는 것으로 끝났고, 실제로 돈은 절약한 것은 교량공사에서 중복계상된 13억원이 고작이었다. ‘예산낭비대응팀’ 인원도 겨우 10명에 불과해 제 구실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예산낭비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범정부적인 조직을 만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2. 공공부문 개혁도 뒤따라야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추가 재원들 조달하는 방법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부문 축소와 공기업 매각 등을 들 수 있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들어 공무원 인원이 4만명이나 늘었고, 그에 소요되는 인건비만도 연간 4조원이 더 들어간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복지 등에 새로운 수요가 발생해 인력 확대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은 별로 없다. 정부의 역할이 달라졌다면 역할이 줄어드는 부문의 인력을 새로 인력이 필요한 부문으로 전환 배치하는 게 우선이다. 기존 인력은 그대로 놔둔 채 신규 소요 인력만 추가로 늘리는 것은 ‘방만 경영’의 전형이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주식 매각도 재원조달 방안의 하나다. 정부는 현재 기업은행 지분 15.7%를 팔아 1조2천억원 정도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그밖의 공기업 주식 매각은 그리 쉽지 않다. 현재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투자·출자기관 중 팔만한 것은 한국전력과 석유공사, 그리고 금융기관 지분 정도이다. 그 외의 대부분 공기업은 적자에다 부채가 엄청나 매각하기가 쉽지 않다. 또 공기업 주식 매각은 곧바로 민영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 주식 매각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유럽연합이나 일본 등은 부족한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교통이나 에너지 관련 회사 지분까지 대대적으로 매각했다. 우리의 경우는 한국방송공사 등 언론기관의 지분까지 정부가 갖고 있어, 정부가 이런 지분까지 보유해야하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3. 국채 발행 또는 세수 확대 불가피
세출구조조정이나 공공부문 개혁 등으로 추가 재원 마련이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이것만으로 필요한 재원은 모두 충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적자국채를 발행하거나 세금을 더 거두는 게 불가피하다. 참여정부 들어 다시 늘기 시작한 적자국채는 오는 2009년까지 매년 7조~8조원을 발행하는 것으로 중장기재정운용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다. 이를 더 늘리는 것은 빚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쉽지 않다.
적자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능하면 결국 세금을 더 걷어 메울 수밖에 없다. 세수를 늘리려면 현재 연간 18조6천억원에 이르는 각종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조세감면 규모는 전체 조세부담액의 14%나 된다. 하지만 최근 중장기조세개혁안 파동에서 보듯, 조세감면 자체가 이미 기득권화돼 있어 이를 축소하거나 없애려면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탈세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함은 물론이다.
세율을 인상하는 게 세수를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지만 그만큼 반발이 크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세율을 현행 10%에서 2%포인트만 올려도 세수가 연간 7조~8조원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워낙 커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해 2%포인트, 1%포인트씩 낮췄던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다시 환원하는 방안은 상황 변화에 따라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지난해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 인하로 약 4조원의 세수 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원조달 방안으로 여러 대안들이 거론되지만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뾰족한 묘수는 없다. 각각의 방안들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가면서 이를 적절히 조합해 추진할 수밖에 없다.
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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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얼마나 더 드나’ 산출 정확하게
장기적·구체적 그림 없으면…국민동의 얻어내기 어려워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추가 재원이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정확히 산출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종합적인 그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희망한국21’이 그나마 뼈대로 갖추고 있다.
‘희망한국 21’은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올해부터 2010년까지 모두 30조5천억원이 드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저출산 대책에 19조3천억원, 사회안전망 구축에 11조2천억원이다. 저출산 대책비 중에는 영유아 보육료와 교육비 지원에 9조8천억원, 유치원 등 육아지원시설 개선에 5조5천억원 등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회안전망 구축에는 올해부터 2009년까지 8조6천억원이 소요된다고 지난해 9월 발표했으나, 대상 기간을 2010년으로 늘리면서 소요재원도 11조2천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런 재원 규모도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회안전망 구축비 11조2천억원은 주로 기초생활보장제 내실화, 차상위계층 빈곤 예방 등에 투입한다고는 돼 있지만 세부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소요 재원 규모는 미정이다. 기획예산처는 현재 중장기재정운용계획을 마련하면서 이런 재원 소요 규모를 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기획처는 재원조달 방안이 여의치 않으면 저출산대책 및 양극화 해소에 드는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재정운용계획에 반영돼 있는 20조원 외에 10조5천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하지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족한 재원 10조5천억원은, 비과세·감면 축소로 4조9천억원, 인건비 감축 등 세출 삭감으로 5조6천억원을 마련해 메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10년 이후 2030년 정도까지의 장기간에 추가 재원이 어디에 얼마나 소요될 것인지를 추정하는 일이다.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 논의만 무성할 뿐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종합적인 청사진 없이는 중장기조세개혁이나 공공부문 개혁 등에 대한 큰 방향을 잡을 수 없고, 추가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얻기도 힘들다.
정석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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