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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4 20:25 수정 : 2015.06.04 20:25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패션-불패경영의 원칙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혜성 옮김/황금지식 펴냄(2015)

그의 책이 또 나왔다. 이 출판 불황에 그나마 팔리는 저자여서일까?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 이야기이다. 혼다 소이치로(혼다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파나소닉 창업자)와 함께 존경받는 일본 기업인이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하다.

그는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27살에 빈손으로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운 56년간 한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불패경영’에 붙은 별명이다.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2010년에는 정부의 요구로 일본항공(JAL) 회생작업을 맡았다. 2조3천억엔의 빚을 지고 도산한 일본항공은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3년 뒤에는 증권거래소에 재상장됐다. 다들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에 번역된 책만 해도 <어떻게 의욕을 불태우는가>(한국경제신문), <바위를 들어올려라>(서울문화사), <불타는 투혼>(한국경제신문), <사장의 도리>(다산북스), <남겨야 산다>(한국경제신문) 등이 있고 제3자가 쓴 책까지 합하면 열손가락이 모자란다.

83살인 그는 38권의 책(공저 포함)을 썼고 총 740만권을 팔았다고 한다. 20년 전부터 세이와주쿠란 경영학교를 차려 젊은 중소기업인들에게 경영관을 전파해 왔다. 소프트뱅크 사장인 손정의도 젊은 시절 세이와주쿠의 학생이었다. “항상 가장 앞줄에 앉아 나의 이야기를 눈을 반짝이며 누구보다 진지하게 들었다”고 이나모리는 기억한다.

이나모리 경영관의 요점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명분과 비전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자와 직원이 강력한 투혼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이나모리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세계 제일의 세라믹기업이 돼 직원의 행복과 인류사회의 진보를 꾀한다”는 이념을 세웠다. 이런 명분과 비전이 공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경영자와 직원이 한마음이 될 때 누구도 예상 못한 힘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이나모리는 일본항공을 회생시킨 뒤 “유일하게 바뀐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해보기는 했냐?”고 물었다면 이나모리는 “신에게 빌어봤냐?”고 직원에게 묻는다. “손이 베일 듯한” 완벽함을 위해 “기계가 울고 있는 소리”가 들릴 만큼 노력과 도전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나모리는 경영권 세습에 반대했고 실제 60억원의 교세라 퇴직금도 기부하고 나왔다. 경영자가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이나 할 때 직원들이 먼저 이를 안다는 것이다. “내가 족벌과 세습에 반대했기에 (…) 직원들에게 아무리 많은 것을 요구해도 적극적으로 따라와 준다”고 말한다. 이나모리의 열성팬 손정의도 소프트뱅크를 두 딸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봉현 편집국 미디어전략 부국장
일본 교토에는 맛과 품질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손님이 많이 와도 하루 두 통만 만들어 파는 절임식품 가게가 있다. 이나모리의 경영관을 이런 ‘교토상법’에 비유한다.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것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독일 강소기업 ‘히든챔피언’의 정신과도 맥이 통한다. 이나모리는 이런 정신이 일본 산업의 활로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한국 산업도 중국의 추격 등으로 기로에 서 있다. 그래서 이나모리의 책이 읽히는지 모르겠다.

이봉현 편집국 미디어전략 부국장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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