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12 18:46
수정 : 2016.06.1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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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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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을 더듬다 보면 여러 선조들의 이름을 만난다. 인류의 조상은 약 200만년 전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한다. 조잡한 석기를 만들 줄 알았던 호모 하빌리스(‘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다음에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똑바로 선 사람’이란 뜻이다)와 호모 에르가스테르(‘일하는 인간’이란 뜻이다)를 거쳐,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지혜를 가진 사람’이란 뜻이다)에 이른다. 어렸을 때 생물책에서 배운 것과는 달리, 이 과정은 일직선적인 발전의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 그저 서로 다른 호미니드가 지구상에 퍼져서 열심히 살았다. 14개월이 된 아기를 보다 보면 인류의 진화 과정을 집대성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앉아서 서로 다른 손동작으로 ‘벌레가 꼬물꼬물’ ‘별이 반짝반짝’ ‘엄마아빠 안녕’을 표현할 때 아기는 호모 하빌리스다. 어느 날부터 기는 것을 버리고 걷기 시작한 아기는 호모 에렉투스로 변신했다.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최선을 다해 책과 장난감을 어질러 놓는 것을 보면 분명 호모 에르가스테르다. 오늘은 새로운 재주를 선보였다. “아인아, 피아노!” 그랬더니 의자에 앉아서 장난감 피아노를 치는데, 고개와 어깨를 들썩이는 품이 프로 피아니스트 같다. 예술을 아는 아기라니, 그야말로 호모 사피엔스 아닌가? 드디어 현생인류가 이 집에 출현했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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