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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10 18:54 수정 : 2016.01.10 18:54

권혁웅 시인
아기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은 <사과가 쿵!>(다다 히로시)이다. “커다란 사과가… 쿵!” 하고 잔디밭에 떨어진다. 두더지, 개미, 꿀벌, 나비에서 너구리, 다람쥐, 토끼, 돼지, 곰, 사자, 악어, 기린에 이르기까지 온갖 동물들이 달려들어 사과를 먹는다. “냠냠,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아, 맛있어”를 연발하면서. 사과 속을 다 파먹은 동물들이 부른 배를 두들기는데 갑자기 비가 왔다. 하지만 걱정 없단다. 동물들은 파 먹힌 사과 속에 들어가 비를 피한다. 모두가 행복하다. 사과 빼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사과나무였구나.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먹다 버린 사과 아래서 종말을 피하련다. 아기를 높이 들었다가 “커다란 사과가 쿵!” 하며 쌓아둔 이불 위에 덜컥 내려놓았더니 아기가 자지러지게 웃는다. 동그란 아기 머리가 영락없는 커다란 사과다. 아기는 세상의 온갖 생명이 자신에게 다가올 거라는 사실을 알까? 아기가 아낌없이 주는 사과가 되는 것도 근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타인을 아낌없이 착취하는 것보다 얼마나 나은 삶인가?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쳤다고 한다. 모든 것은 서로를 당긴다. 지구만이 아니라 사과에도 중력이 있다. 사과가 쿵 하고 떨어질 때, 아기도 그 큰 지구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요런, 매력적인(attractive) 녀석 같으니라고.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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