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1.05 18:42 수정 : 2016.01.05 18:42

권혁웅 시인

1월3일(또 일요일이다), 김한길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안에서 싸우다 기운을 다 소진해버리는 그런 정치 말고, 오만과 독선과 증오와 기교로 버티는 그런 정치 말고, 아무리 못해도 제1당은 된다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그런 정치 말고, 패권에 굴종하지 않으면 척결 대상으로 찍히는 그런 정치 말고, 계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그런 정치 말고, 비리와 갑질과 막말로 얼룩진 그런 정치 말고, 그래서 국민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그런 정치 말고 (…)” 탈당 선언문을 읽으며 두 개의 노래가 떠올랐다. 하나는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다른 하나는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 말 들어.” 여기에 담긴 격렬한 적의가 그 정도로 읽는 이를 질리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 온갖 “말고”에 실려 전달되는 단어들의 무서움이란! 오만, 독선, 증오, 기교, 기득권, 패권, 척결, 이익, 물불 가리지 않기, 비리, 갑질, 막말, 손가락질…. 이런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는 정치인을 나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는 그 ‘손가락질’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까? 전문에 득시글득시글한 비문, 오문들은 지적할 틈도 없다. 이런 문장으로 어떻게 문학을 했지? 다른 건 몰라도 그가 소설가의 길을 일찍이 포기한 것만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권혁웅 시인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권혁웅의 오목렌즈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