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22 18:35
수정 : 2015.12.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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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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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정의는 동어반복을 사용한 정의다. 예를 들어 성추행범은 성추행을 한 사람이다. 2011년 부평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교사가 자신의 반 여자아이들을 껴안고, 엉덩이와 성기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렀다. 아이들 전원이 등교를 거부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해당 교사는 “독서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칭찬의 의미로 쓰다듬어 주었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친근함의 표시로 약간의 스킨십이 있었다는 거다. 동어반복을 사용한 정의는 뒤집어도 똑같이 말이 된다. 성추행을 한 사람은 성추행범이다. 또 다른 예로, 인종차별주의자는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이다. 지난 1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하던 중, 한 아프리카계 유학생을 향해 “니는 연탄 색깔하고 얼굴 색깔하고 똑같네”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친근함을 표현한다는 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잘못된 발언”이었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나이가 더 들었다고 해서 초면인 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건 괜찮나? 어쨌든 인종차별 발언을 하는 사람은 인종차별주의자다. 특히 상대의 피부색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이야말로 전형적인 인종차별주의자다. 그러고 보니 이 양반, 백인들에게는 넙죽 절하고 업어주고 하던데, 이것도 친근감의 표현인가? 다 좋은데, 제발 친근하지는 마세요. 좀!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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