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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20 18:54 수정 : 2015.12.20 18:54

권혁웅 시인
처음으로 아기가 엄마를 불렀다. 정확히는 엄마, 하고 부르지 않고 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 하고 불렀다. 우리 엄마, 앞집 엄마, 옆집 엄마, 뒷집 엄마, 엄마의 엄마……를 한꺼번에 불렀다. 엄청난 능력이다. 아기는 히어로계에서 온 것일까? 한 번 엄마를 부르며 세상 모든 엄마를 다 불러 모았다. <사랑이란 말은 너무너무 흔해>란 노래가 있다. 이렇게 시작한다. “사랑이란 말은 너무너무 흔해. 너에게만은 쓰고 싶지 않지만은 달리 말을 찾으려 해도 마땅한 말이 없어 쓰고 싶지 않지만은 어쩔 수가 없어.” 티브이에서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가수가 신곡을 부르겠다고 하면서 이 제목을 소개하자, 사회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요즘 이 말 너무 흔하죠.” 노래는 후렴 부분에서 이렇게 이어진다.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어느 누구도 아닌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후렴구가 시작되었을 때 사회자가 지었던 난감한 표정이 지금도 떠오른다. 아기가 엄마엄마엄마……를 불렀을 때 엄마도 난감했을까?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그게 다 나를 찾는 거잖아? 아기의 모든 부름에 답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생각했지. 분신술을 써서라도.” 내 소감은 달랐다. 그 많은 엄마 사이에 아빠를 하나쯤은 끼워 넣을 수 있었잖아? 흥.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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