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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22 18:42 수정 : 2015.11.22 18:42

권혁웅 시인
아침을 먹는데 어머니가 아내와 내게 말씀하셨다. “어제 아인이가 새로운 습관을 익혔어. 마루에 앉아서 장난감이랑 노는 걸 지켜보다가 내가 혼잣말을 했거든. ‘엄마 아빠 언제 오시나?’ 그러자 아인이가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거야. 혹시나 해서 몸을 반대로 돌려놓고 같은 말을 했더니, 고개를 아까와 반대로 돌려 현관을 보더라고.” 출근할 때마다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배웅을 하신다. 아기가 좀 더 크면 엄마 아빠 다리를 안고 출근저지투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장면을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웬걸, 아기는 두 눈 멀뚱멀뚱 뜨고 문 닫힐 때까지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무념무상이네. 세상에 오자마자 세속을 초월한 건가. 은근히 속상하기도 했는데 그 아기가 내색도 않고 우리를 기다렸단다. 반가운 마음에 유모차에 앉아 있는 아기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아빠 언제 오시나?” 그랬더니 이 녀석이, 아빠가 눈앞에 있는데도 고개를 돌려 현관을 쳐다보는 거다. 안 돼, 엄마 아빠는 아직 집안에 있다고! 넌 누굴 기다리는 거냐!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서 이 노래가 흘러갔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여.” 음식을 먹으면서도 더 먹으려 드는 건 식탐이지만 그리움이나 사랑에는 그런 게 없지. 너는 정말로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어 하는구나.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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