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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25 18:42 수정 : 2015.08.25 18:42


권혁웅 시인
아기가 또 딸꾹질을 시작했다. 그 조그만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젖을 너무 많이 먹거나 찬 공기를 만나면 어김없이 딸꾹질이다. 우리말로 그 소리를 제대로 적을 수 없어서 유감이다. ‘끼약’과 ‘흐육’을 합친 소리라고 하면 될까? 아기는 지금 온몸으로 부모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딸꾹질은 호흡을 통제하는 근육이 갑작스럽게 수축하면서 숨을 급하게 들이마시는 짧은 순간(0.35초쯤 된다)과 목구멍 뒤쪽에 있는 성문(聲門)이 기도 윗부분을 닫는 두 순간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아가미호흡과 폐호흡을 동시에 하는 올챙이의 호흡 과정과 같다. 딸꾹질을 하는 것은 우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두 과정이 워낙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딸꾹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딸꾹질할 때 아기는 타악기 연주자 같다. 차이가 있다면 악기가 따로 없이 자기 몸을 악기로 쓴다는 것. 그런데 몸이 악기라면 따로 연주자가 없는 것이니, 아기는 딸꾹질 그 자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물질이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딸꾹질할 때 아기는 저기 누워 있는 실체지만, 딸꾹질에 전 존재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는 규칙적으로 퍼지는 파동이기도 하다. 아, 양자역학이 맞았구나. 딸꾹질을 멈추게 하려는 어머니의 노력이란 아기가 그 딸꾹질 파도 속으로 사라질까 하는 두려움에서 생긴 일이었구나.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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