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7.07 18:57
수정 : 2015.07.0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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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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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잔혹동시 소동이 있었다. 한 초등학생의 작품을 두고 동심을 해치는 엽기적인 작품이라는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출판사가 해당 작품집을 전량 회수, 폐기하는 것으로 소동은 일단락되었는데, 내가 가진 의문은 이런 거였다. 원래 동화는 잔인한 건데? 천진난만, 순진무구란 어른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웃나라 왕비가 된 백설공주를 찾아간 왕비는 빨갛게 달구어진 쇠구두를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벌을 받았다. 신데렐라의 이복언니 둘은 발꿈치와 발가락을 잘라서 신발(원래는 유리구두가 아니라 순금구두다)에 맞추었으나 들켜서 퇴짜를 맞았다. 이복언니와 계모는 왕궁으로 향하는 신데렐라를 구경하다가, 새에게 눈을 쪼여 실명하고 만다. 콩쥐를 구박했던 팥쥐 어머니는 그 벌로, 팥쥐를 죽여서 담근 젓갈을 먹고 미쳐 버린다. 이것은 아이들의 세계가 유계 곧 저승과 맞닿아 있어서 생긴 일이다. 이성과 언어와 논리로 세상을 파악하는 게 어른들이다. 아이들의 세계는 이성과 무의식, 언어와 비논리의 경계에 있다. 동화에서 보이는 판타지적 요소는 바로 이 무의식, 비언어, 비논리의 표현이다. 근자에 공주님과 유체이탈 얘기가 자주 들린다. 전자는 이 나라가 왕정이라는 암시이고 후자는 그 말들이 책임지지 않는 화법이라는 비판이지만 나는 다르게 보고 싶다. 공주님이 주인공인 나라는 동화의 나라다. 또한 동화는 본래 잔인하며 저승과 관련되어 있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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