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2.11 19:00
수정 : 2016.02.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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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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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톡톡
<나를 찾아줘>(에스비에스)는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으로, 일종의 ‘아바타-진실게임’이다. 1회에는 조정치가 출연하여 아내 정인을 찾는 미션을 수행하였다. 스튜디오에는 다섯 명의 ‘트루맨’이 등장하여, 모두 자신이 정인의 조종으로 움직이는 아바타라고 주장한다. 이들 중 한명은 진짜 정인의 아바타이고, 나머지는 이들 부부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한 작가들의 조종을 받는다. 제작진의 질문에 ‘트루맨’들이 서로 다른 답을 하였을 때, 조정치는 진짜 아내의 말을 하는 아바타를 찾아야 한다.
아내의 육체가 식별 불가능해졌을 때, 아내의 개성, 취향, 습관 등을 남편이 알아 볼 수 있을까. 이는 마치 ‘옹고집전’ 이나 영화<뷰티 인사이드>가 연상되는 상황이다. 즉 몸이 뒤바뀐 상태에서도, 가족은 그의 영혼을 알아볼 수 있을까. 부부 사이인 만큼 다소 민망한 질문이 주어진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킨십은?”이란 질문에, 다섯 명의 ‘트루맨’이 조정치에게 갖가지 스킨십을 해 보인다. 네 명의 스킨십이 다소 특이하고 지저분한지라 스튜디오가 술렁였다. 마지막 ‘트루맨’이 따뜻한 포옹을 해보이자, 분위기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가장 아내일 리 없는 사람으로 조정치는 마지막 ‘트루맨’을 지목하였다. 아내라면 평범한 포옹을 가장 좋아하는 스킨십으로 대답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조정치는 결국 아내를 찾아냈다. 대체 불가능한 특이성을 지닌 ‘바로 그 사람’을 다시 찾아낸 것이다.
첫 회의 어수선함에 비해 2회는 한결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홍석천의 아버지 찾기가 펼쳐졌다. 홍석천은 15년 전 국내 최초로 커밍아웃 한 연예인이다. 그가 커밍아웃 하였을 때, 동성애 혐오를 일반상식처럼 공유했던 대중들은 물론이고, 동성애 지지 진영에서도 그의 커밍아웃을 우려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보다 더 좋은 이미지의 유명인에게 ‘커밍아웃 1호’의 타이틀이 주어지길 내심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최초의 커밍아웃이 얼마나 비범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며, 그 비범함을 지닌 홍석천이 이전의 매체에서 소비되었던 이미지와는 별개로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간과한 소견이었다. 홍석천은 15년간 온갖 혐오와 편견에 맞서 굳건히 자신을 지켰다. 자신의 다양한 재능을 증명하고 경력을 넓혀온 결과, 부침이 많은 연예계에서 그는 현재 독특한 위상을 지닌 장수 방송인이자 외식사업가로 우뚝 섰다. 그의 성공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고, 성소수자들의 문화와 취향이 존중받을 만한 개성이자 재능으로 인정받는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며, 비난의 화살은 종종 개인을 넘어 가족을 향한다.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가족이 상처받고 가족과의 관계가 틀어질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홍석천 부자의 모습은 이러한 우려도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주었다. 성소수자의 부모 역시 자식을 사랑하며,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자식을 지키고 싶고, 자식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는 부모일 뿐이다.
15년 전 커밍아웃으로 부당한 매를 맞아야 했을 때, 홍석천의 곁에는 아버지가 계셨다. 시종 ‘트루맨’들 중 가장 괴상한 개성을 내뿜던 곽상은,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홍석천이 태어났을 때”라고 답하였다. 홍석천은 그를 아버지의 아바타로 지목하여 아버지를 찾는데 성공하였다. 자식이 이성애자이든 동성애자이든, 찬사를 받든 비난을 받든, 자식의 존재 자체를 행복의 원천으로 삼는 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임을 확인한 자리였다.
최근 ‘대한민국 어버이 연합’이니 ‘엄마부대 봉사단’이니 하는 단체가 세월호 유족은 물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동성애자에 대해서도 부모와 가족을 들먹이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온 자들이다. 부디 부모라는 애틋한 이름을 욕보이지 말라.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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