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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27 20:25 수정 : 2015.10.23 14:20

<일밤-복면가왕>(문화방송)

황진미의 TV 톡톡

<일밤-복면가왕>(문화방송)은 가면을 쓰고 노래대결을 펼치는 주말 예능프로그램이다. 우스꽝스러운 가면이 노래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할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더 노래에 집중했다. 얼굴을 가림으로써 참가자들의 외모, 나이, 경력, 소속, 평판 등을 소거한 채, 온전히 노래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는 사이 연예인 판정단은 추측과 논평을 쏟아낸다. 작곡가, 가수, 방송인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쉽게 맞출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예측이 빗나가는 데에 더 큰 재미가 있다. 추측과 반전의 재미는 스튜디오 바깥으로 이어진다. 네티즌들은 노래실력, 음색, 창법, 사소한 제스쳐 등을 분석해 전문가 못지않은 견해를 내놓는다. 대결에서 진 참가자는 가면을 벗는데, 이들의 정체와 사연은 또 다른 이야기꺼리를 낳는다. 오디션프로그램 때도 그러했듯이, 네티즌들의 활발한 의견개진은 기사로 이어지고, 참가자들의 노래는 새로운 음원으로 판매된다.

참가자들은 ‘계급장 떼고’ 겨루는 무대에서 최소한 2곡을 부르며, 자신의 경력이나 근황을 알릴 수 있다. 그래서 활동이 뜸했거나 예능활동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가수들의 재기무대로 활용된다. 또는 가수는 아니지만 출중한 노래실력을 갖춘 연예인이 숨은 실력을 뽐내거나, 뮤지컬 배우 등이 대중에 얼굴을 알리는 자리로 활용된다. 그런데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아이돌 가수들의 재발견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아이돌 가수가 점령한 음악계에 쓴소리를 하면서, 립싱크나 하는 아이돌들은 가창력이 없다고 개탄해왔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들은 오랜 연습생 생활을 거치면서 외모나 춤은 물론 출중한 노래실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오히려 그들의 실력이 묻힌 것은 노래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 무대와 음악환경 탓이다. 여러 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을 출시하였다가 이름을 알리지 못하면 곧바로 폐기하는 산업 구조에 의해 실력 있는 가수들이 묻히고 있었던 것이다.

2011년 <나는 가수다>는 아이돌 그룹이 중심이 된 음악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 가수의 노래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뮤지컬 가수로 거듭난 옥주현의 등장을 아이돌 출신이었다는 이유로 반기지 않았던 것에서 보듯이 <나는 가수다>는 아이돌과 대척점에 서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예전 명가수들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불후의 명곡>(한국방송2)에서도 이어졌다. 가창력에 대한 집착이나 명곡 다시 부르기는 특정세대들의 향수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고급화된 <나는 가수다> 무대를 보는 관객의 경외심 어린 표정은 흡사 <가요무대>(한국방송1)를 보며 눈물짓는 관객의 표정과 닮아 갔다. 이것은 과거에 영광을 돌리고 현재를 개탄하는 ‘꼰대’의 감수성과 만난다.

하지만 <복면가왕>은 그러한 ‘꼰대리즘’에서 벗어난다. 복면을 통해 기존 가수의 권위나 향수를 소거하고, 화려한 무대에 경도돼 주목받지 못했던 아이돌 가수들의 진짜 실력을 보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면을 씀으로써 가면을 벗는 효과가 일어난다. 진짜 가면은 바로 가수의 얼굴과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이었던 것이다.

<복면가왕>은 면접의 아이러니를 떠올리게 한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스펙 등으로 먼저 사람을 거르고, 면접을 통해 외모로 거르는 과정에 의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의 실력이 도외시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또 “요즘 애들은 스펙만 있지 실력이 없어”라고 개탄하지만, 그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갈고 닦은 실력을 보지 않으려는 면접관들보다 그들의 실력이 훨씬 출중하다는 사실이 함께 떠오른다. <복면가왕>은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라, 꼰대리즘을 깨부수는 프로그램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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