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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16 19:59 수정 : 2015.04.29 13:50

<내 연애의 모든 것>

황진미의 TV 톡톡

<내 연애의 모든 것>(에스비에스)은 이응준의 소설을 각색한 16부작 드라마로 현재 종반을 향하고 있다. 국회의원들 간의 연애라는 독특한 소재에 신하균, 이민정이라는 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매우 낮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장점이 많다. ‘캔디렐라’ 일색인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신념이 뚜렷한 진보 여성 정치인과 리버럴한 우파 남성 정치인의 연애라는 설정은 신선하다. 알려지지 않은 직업의 세계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정치 풍자의 수위도 높다. 당내 줄서기나 법안 베끼기, 낮에는 싸우다가 밤에는 술집에서 모이는 의원들의 모습은 리얼하며,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인사청문회나 이명박 전 대통령 테니스장 독점 사건을 꼬집은 장면 등은 시사적이다. 집사 같은 맹 보좌관이나 오빠 같은 송 보좌관 등을 통해, 드라마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가 반드시 수직 관계만은 아니며, 의원실마다 매우 다르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9회를 넘기면서 로맨스도 급진전되어 달달함도 넘친다. 특히 신하균은 ‘강남 좌파’ 소리를 듣던 판사 출신 의원으로 나르시시즘과 로맨티시즘이 충만한 ‘귀요미’ 캐릭터를 선보이며, 휴 그랜트나 량차오웨이(양조위)를 연상시키는 매력을 발산중이다.

톡 쏘는 정치 풍자와 달달함을 갖춘 드라마인데도 시청률이 바닥인 이유는 뭘까. 수목드라마인데 1회가 목요일에 방송됐고, 로맨스가 늦게 발동 걸린 탓도 있지만, 중반 이후에도 계속 저조한 까닭은 따로 있어 보인다.

첫째, 타깃 연령층이 모호하다. 정치 풍자를 즐기는 연령층은 30~40대인 데 반해, 로맨틱코미디를 즐기는 연령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다. 게다가 임수정, 공효진, 한혜진의 고사로 캐스팅된 이민정이 너무 젊어서, 호연을 펼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30대 여성 관객층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둘째, 현실 정치 분위기가 악화되었다. 2000년대 중반, 곧 17대 국회만 해도 민주노동당이 약진하고 한나라당도 소장파 중심으로 혁신 이미지를 내세우는 등 중도우파 여당 의원과 진보 야당 의원 간의 연애를 상상해봄직하였다. 그러나 지난 정권과 대선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의 극우 성향과 부패는 더 노골화되었고, 드라마가 전제로 삼는 진보 정치에 대한 기대와 믿음도 깨진 상태이다. 곧 정치에 관심 있는 시청자라면 진영 간 적대의 골이 깊어지고 한 줌 있던 진보 세력마저 분열·패퇴한 마당에, 현실 정치의 상처를 잊고 드라마에 몰입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다.

셋째, 정치에 무관심한 시청자들이 그저 로맨틱코미디로 즐기기도 쉽지 않다. 그런 시청자라면 남자주인공이 신념에 찬 여주인공에게 매혹되는 과정이나 여주인공이 여당 의원과의 사랑 앞에서 갈등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이유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원작자 이응준은 “국민들은 정치인이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건 간에 일단 사람 같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드라마의 가장 큰 전제는 두 정치인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그 대전제를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아닐까. 풍자로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고, 로맨스로 덧칠될 수도 없는 윤창중씨 사건 같은 실재를 경험하면서, 정치인들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없는 그 생경함이 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끌어내리는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현실 앞에서 풍자란 얼마나 무력한가.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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