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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8 17:29 수정 : 2007.02.28 17:29

한완상/대한적십자사 총재

한완상칼럼

히틀러가 인류에게 끼친 끔찍스러운 죄가 반인륜적 범죄라면, 이제는 이 범죄 못지않게 심각한 자연 파괴를 범죄로 걱정할 때가 되었다. 몇 주 전 나는 에티오피아 서울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국제적십자사연맹 아프리카 특별회의를 다녀왔다. 마침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자원개발 외교차 아프리카를 순회하고 있었고, 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곳은 아직도 고질적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대륙이다. 21세기 세계와 인류가 평화를 누리려면 모두 힘을 모아 아프리카 문제를 다뤄야 할 때다.

그곳에 머물면서 교외에서 저녁을 먹고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시원한 가을밤 같은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였다. 별 보기가 힘든 삭막한 서울 밤하늘이 새삼 생각났다. 그런데 아디스아바바 시내를 지날 때마다 온갖 고물차들이 마구 뿜어내는 독한 매연으로 내 목은 서울에서보다 몇 배 더 불편했다. 하기야 동남아와 남미의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서도 마치 그것이 개발의 당연한 대가나 징후로 보는 듯한 그곳 사람들의 느긋한 태도가 나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얼마 전 기후 변화에 대한 유엔 산하 국제회의가 열렸다.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지금의 심각한 지구 온난화에 적절히 조처하지 않는다면 인류와 자연에 두루 끔찍한 결과가 미치리라 경고했다. 마침 국제적십자사연맹도 지진해일 같은 대형 재난에 대한 신속한 대응 조처를 긴요한 인도주의적 과제로 다루고 있어, 기후 변화에 의한 자연재난 문제를 개별 국가의 국지적 문제로만 볼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경제적 양극화와 함께 심각한 전지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것은 인간의 개발 탐욕이 빚어낸 재앙이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인간은 근본적인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생명의 긴 진화 과정에서 가장 어린 신참자로 참여한 인간이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치명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생태계가 깨지면 결국 인류도 함께 무너지기 마련이다. 지구에서 인류가 사라지는 데는 아직도 십 만년이 남아 있으니 그렇게 염려 할 것 없다고 할지 모르나, 인간의 개발 탐욕이 지금처럼 급속히 진행된다면 십만 년은커녕 천년도 가지 못하고 인류는 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동물들이 도시에서나 들판에서 자유롭게 거니는 광경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만일 생물계 대표자 회의가 유엔 총회처럼 이곳에서 열린다면 어떻게 될까. 동식물 대표들은 자연 생태계 파괴 죄로 인간을 지구로부터 추방시키는 결의를 할 것 같다. 히틀러와 스탈린이 반인륜 죄로 역사에서 추방되듯이,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반자연 범죄로 인류를 지구에서 추방시켜야 한다고 외치지 않을까.

귀국하는 날 새벽에 6자 회담도 타결되었다.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지난 60여 년 고스란히 보존되어 온 우리의 비무장지대가 앞으로 개발의 손때로 더럽혀지지 않을까. 이제 평화는 국가간에 중요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에 더욱 절박한 생명의 문제가 되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전지구 배기가스 양의 40%를 뱉어내고 있어 그만큼 선진국의 책임이 크지만, 개발도상국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인간과 자연의 목덜미를 더욱 빨리 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반도는 민족의 평화만이 아니라, 생태계의 평화를 꽃피우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는 개발 권위주의로 너무나 오랫동안 시달려 왔기에 이제는 정말 선진국의 참 모습을 자연과 생태계 앞에 당당히 보여 주어야 할 때다. 그래서 서울 밤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더 반짝여야 하지 않겠는가.

한완상/대한적십자사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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