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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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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칼럼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났다. 세계가 더욱 안전해지고 안정되기를 바란다. 특히 중동과 동북아 지역에도 따뜻하고 강한 평화의 바람이 불게 되길 희망한다. 12년 만에 미국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더 현실합리적으로 이라크 철군문제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국 의회의 대북조정관 임명과는 관계없이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북 평화특사로 보내는 것은 시의 적절한 것 같다. 왜 그런가? 첫째, 1994년 봄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정밀폭격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주한 미군사령관의 북폭 결과에 대한 평가를 듣고 폭격에서 협상으로 태도를 급선회했다. 북폭으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불과 며칠 만에 서울을 중심으로 수백만이 죽고, 군사비용은 1000억달러를 초과하며, 경제비용은 그 열배인 1조 달러가 될 것이라는 평가였다. 그는 단기간에 일어날 대규모 인명살상에 경악했다. 그래서 지금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임을 절감하고 있으리라. 둘째, 그의 발언권과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힐러리 상원의원이 뉴욕에서 압도적으로 재선되어 2년 뒤 대선의 강력한 후보자로 부상되고 있다. 힐러리의 외교정책에 그가 끼칠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기에 그의 평화특사 임무는 상당한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셋째, 그는 대통령 재임 중에 직접 북한을 방문하여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마무리짓고 싶어했다. 그래서 당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먼저 평양에 보냈다. 그리고 평양에서 온 북한 실세 조명록 장군을 직접 접견했다. 그때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압승하여 의회를 장악한 터라 그의 평양행 꿈은 결국 좌절되고 말았다. 이제 상황은 반전되었다. 그가 특사로 평양에 간다면 재임기간에 이루고 싶었던 평화의 꿈을 실현시킴으로써 세계를 더욱 안전하게 안정시킬 것이다. 그것이 부시 정부에게도 큰 도움일 될 터이다. 넷째, 중간선거 직후 클린턴은 만약 북한과 대화창구만 열리게 되면 북핵문제는 1년 안에 해결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사실 1994년 봄 아슬아슬했던 전쟁위기를 넘기면서 6개월 안에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냈던 경험이 있는 그가 한 말이기에 더욱 신빙성이 있다. 그때 그는 민주당원이었던 카터 전 대통령을 북에 평화특사로 보낸 바 있다. 부시가 공화당원이 아닌 클린턴을 특사로 보내 단 시일 안에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면 더 큰 감동을 주지 않겠는가! 다섯째, 오늘 미국 정부를 휘청하게 한 사건에는 이라크전쟁 이외에 카트리나 재앙이 있다. 클린턴과 아버지 부시는 비록 지난날에는 정적으로 맞서긴 했지만 카트리나 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손을 맞잡고 협력했다. 정말 흐뭇한 감동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아들 부시가 클린턴을 특사로 임명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게 한다면 우리 민족과 세계가 갈채를 보낼 것이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를 위시한 한반도의 긴장을 푸는 데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또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도 바로 미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만이 북한이 원하는 세가지를 제공해줄 수 있다. 체제안전 보장, 에너지 문제해결, 그리고 관계 정상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주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철저히 이룩해내야 한다.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엄격한 국제적 검증을 거쳐 해체하여 한반도가 핵없는 평화의 땅이 되게 해야 한다. 미국만이 이 일을 해낼 수 있다. 이제 평화의 기회가 왔다. 미국은 그것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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