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0 17:15
수정 : 2006.1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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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서울대 명예교수·전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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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칼럼
최근 중국 베이징에 다녀왔다. 거기에서 열린 제1회 ‘중국 베이징 국제 문화창의사업 박람회’의 일환으로 열린 ‘문화산업발전 국제포럼’에서 ‘중국경제 발전의 문화적 기초’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했다. 강연의 내용은 빈약했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의 중국경제 발전과 문화와의 관계를 나름대로 정리하는 계기가 된 것은 나로서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중국경제가 1978년 고도성장에 접어든 지 이제 28년이 지났다. 그동안 1989년 6월의 천안문 사건으로 잠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 사건은 경제발전을 앞서나가는 급격한 정치 자유화는 중국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으로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2001년 말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 정부로도 크나큰 모험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위기가 아니라, 행운이었다. 그 후, 중국경제는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앞으로 11차 계획의 목표에 따라 소폭 감속은 있겠지만, 성장 동력은 여전히 역동적일 것으로 나는 본다. 그렇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많은 오해가 표명되어 왔다. 중국경제는 머지않아 붕괴하리라는 견해가 있다. 이것은 대체로 그 말을 하는 사람의 희망사항인 것 같은데, 이제는 이러한 희망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미국이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사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6년 전까지만 해도 만만찮은 반중정책 기조를 내비쳤다. 군사적 선제공격 대상에는 중국도 포함된다는 국방정책이 표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21세기형 전략은 아니다. 패권국의 무력으로도 남의 나라의 발전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외자 도입과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며, 민간의 이노베이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많다. 이것은 큰 오해다. 중국 경제 개혁은 정부의 일방적인 명령으로 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리더십 못지않게 민간의 창의력이 그것을 뒷받침했다. 중국 문화는 원초적으로 세계주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용광로와 같은 동화력, 정세변화에 대한 적응력, 그리고 높은 수준의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다른 모든 고대문명과는 달리, 중국의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는 사실, 동유럽 공산국들이 다 성장기반을 잃고 있는데도 중국은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사실이 중국문화의 탄력성과 창의성을 입증한다.
우리는 ‘이노베이션’이라면, 으레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등의 과학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중국인의 이노베이션은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문화산업’의 이노베이션을 포함하는 것 같다. 전통 경제학의 산업분류에는 ‘문화 창의산업’이라는 말이 없어서 그 개념은 나에게는 아직도 생소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문화적 예술적인 콘텐츠를 담은 21세기형 산업(서비스포함)을 지칭하는 것 같다. 지금 중국 화가의 작품이 유럽을 휩쓸고 있는 것은, 미술 이외에도 여타의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다양한 문화(음악·연극·문학 등)가 산업에 활용될 여지가 많을 것을 시사한다.
미국은 이제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양국의 상호 의존성이 너무나 강한 것이다. 미국은 최근 장관 7명으로 구성된 경제전략 협의단을 베이징에 보냈다. 폴슨 장관은 빈손으로 귀국한 것 같은데, 문제는 한두 가지의 선물이 아니라, 서로의 이해와 신뢰다. 제발 서로 이해가 증진되어 세계평화 증진에 기여하기 바란다.
조순/서울대 명예교수·전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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