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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7 20:58 수정 : 2019.12.18 02:35

[짬] 양평 ‘농막영화제’ 여는 서동일 감독

서동일 감독은 2013년 다큐영화 <두물머리>를 만든 이래 지금껏 옛 팔당 유기농단지 농민들과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 제공

“당장 문제를 해결해드릴 힘은 없지만 함께 마음을 나누며 농민들이 매일 농사짓는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박하게나마 ‘농막영화제’를 준비했습니다.”

2013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맞서 경기도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단지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농민들의 기록을 담아낸 다큐 영화 <두물머리>를 제작한 서동일(48) 감독이 지금은 양평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옛 두물머리 농민들의 농막에서 오는 21·26일 송년맞이 독립영화 상영회를 연다. 상영작은 지적 장애인인 김지희(24)씨가 기타리스트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담담히 기록한 다큐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현진식 감독·진모영 프로듀서)이다. 지난 10월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던 작품이다.

21·26일 농장 두곳 독립영화 상영

장애인 기타리스트 김지희씨 ‘다큐’

4대강 반대 ‘팔당 유기농지’ 농민들

2013년 ‘생태교육장’ 합의 믿고 이주

소송 패소·농지자금 상환 등 ‘3중고’

“과거 일이라며 문 정부도 수수방관”

양평 ‘농막영화제’는 무료다. (010)2383-0077.

서 감독은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옛 두물머리 농민들 대부분은 대체농지 구입자금 원금 상환과 이자 압박 때문에 항상 고민하고 삶이 짓눌려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4대강 사업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는 바람에 소송비용까지 뒤늦게 부담하라고 압박을 받는 처지에 내몰렸다”며 “이 때문에 땅을 다시 내놓고 농사를 포기할 생각까지 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영화로나마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막영화제는 올해 경기문화재단의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사업 가운데 ‘주민 네크워킹 사업’의 하나이기도 하다. 부인인 만화가 장차현실씨와 딸 다운증후군 화가 정은혜씨와 함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에서 활동중인 서 감독은 앞서 발달장애인 청년을 대상으로 그림 수업과, 마을 주민 대상 가상현실(VR) 체험교육, 양평 폐공장 발달장애인 전시, 공연 등을 진행했다.

두물머리 농민들은 1973년 팔당댐 건설로 농지를 수용 당하자 양평의 하천부지를 국가로부터 임대받아 30여년간 친환경 농사를 일구며 대한민국 유기농업의 메카로 키워왔다. 하지만 2009년 여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개발사업에 따라 “유기농업이 수질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므로 팔당 유기농단지를 수용해 자전거길과 공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하면서 파란이 일기 시작됐다.

농민들은 종교계와 환경단체 등과 연대해 마지막까지 유기농단지를 지켜내기 위해 4년간 저항하다, 두물머리에 ‘생태교육장’을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대체농지를 구해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농부들이 떠난 이후 기름진 북한강변 유기농단지는 차가운 콘크리트로 뒤덮이고 생태교육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옛 두물머리 농민 서규섭씨는 이웃들 대부분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약속했던 생태학습장 조성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양평군은 ‘농민은 빠지라’고 일방 선언을 한 뒤 ‘세계정원’ 등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 중인데, 이는 애초 약속한 취지와 맞지 않은 개발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농민들이 생태학습장 조성에 합의하면서 양쪽에서 제기한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는데, 뒤늦게 소송 비용 1200만원(나중에 800만원으로 삭감)을 농민 5명에게 부담시켜 없는 재산을 압류당할 처지”라며 “그때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당사자인 농민이 소송 주체가 돼야 한다고 권해놓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 농민들이 모두 떠안게 됐다”라고 말했다. 두물머리 농민들은 ‘4대강 사업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 등 정부와 토지주택공사 등을 상대로 한 6~7건의 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상태다.

농민들에게 그보다 더 큰 부담은 대체농지 구입자금 상환 문제다. 두물머리 11농가는 가구당 4억~11억원씩 모두 60여억원을 3년 거치 17년 상환 조건으로 차입했다. 원금을 못갚게 되자 10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거치 기간을 늘렸지만 여전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는 집안 사람이 모두 빚더미에 나앉아 더 이상 농사를 못짓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서씨는 “빚을 탕감해달라는 게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빚어진 문제이니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여러차례 경기도에 대책을 호소했지만 ‘과거 정부 때 일이라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농막영화제는 21일 오후 5시 양평 용문면 조현리에서 겨울 딸기 체험농장을 개시하는 노태환씨의 가온들찬빛 농장, 26일 같은 시간에는 최근 개군면 자연리 농막 안에 20~30명 규모의 작은 카페를 만든 서규섭씨의 소뿔농장에서 열린다. 26일 상영회에는 현 감독과 진 프로듀서도 참석한다.

서 감독은 “농민들이 영화제를 통해 힘을 얻어 포기하지 않고 농사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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