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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0 19:11 수정 : 2019.12.11 02:37

[짬] 전주시 신혜경 주무관

전주시 신혜경 주무관이 10일 문을 연 전주시민개록관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역사는 성공한 사람만 기록해왔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삶도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남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은 시민들이 기증한 자료를 모아 보존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10일 문을 연 전주시민기록관을 처음 단계부터 맡아온 ‘전주정신의 숲’ 추진단의 신혜경(45) 전주시 주무관의 설명이다. 전주의 기억과 시민들의 삶이 담긴 5천여점의 사료를 모아 보관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견훤로 264, 옛 보훈회관 건물을 다시 고쳐서 개관했다.

192㎡(58평) 규모의 단층 건물이 기록관에는 시민 기증자를 예우하고, 시민들에게 기록물을 알리는 ‘보이는 수장고’, 입체정보를 재생하는 홀로그램, 만지면 옛 사진을 볼 수 있는 상호반응형 기록, 한지로 인쇄한 전주의 옛 사진을 볼 수 있는 ‘실감미디어실’의 공간 등으로 나눠졌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역사교육과)는 “민간 기록물은 공공영역의 기록이 포괄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상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2015년 말 ‘전주정신의숲’ 추진단

이듬해 전주시 ‘조례’ 제정해 동력

4년만에 ‘전주시민기록관’ 문열어

“노인회 어르신들 발벗고 나선 덕분”

‘공모전’ 통해 5천여점 사료 모아

“시민생활사박물관으로 키웠으면”

전주시 ‘전주정신의숲’ 추진단의 신혜경 주무관. 사진 박임근 기자

전주시는 ‘기록문화도시’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이 기록관을 건립했다. ‘천년고도’ 전주에 흩어져 있는 과거·현재 기록물들이 사라지기 전에 한 곳에 모아 정리해둔 것이다.

신 주무관은 2015년 12월 ‘전주정신의 숲’ 추진단 출범 때부터 참여했다. 애초 대규모 건립을 위해 출연기관을 만들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무산될 위기도 있었다. 전주시는 2016년 8월 ‘민간기록물 수집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사업이 구체화될 수 있었다.

“전주는 도시(장소)이고, 사람(시민)이며, 역사(시간의 축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관련 기록을 모은다는 게 실로 방대한 일이었습니다. 기록은 무언가 저장하고 보관하는 작업인데, 각각의 물성(문서·도서·사진 등)에 따라 성격이 다 다릅니다. 우선 개인사가 있는 기록물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록물을 수집하도록 방향을 정했습니다.”

2016년 10월 ‘전주, 천년의 기록을 찾습니다’를 내세워 제1회 전주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열었다. 그때부터 올해까지 모두 7차례의 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열어 의미있는 기록물 5천여점을 모았다. “공모전의 장점은 기록물 수집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끌고, 전시회를 열어서 전주의 기억을 환기할 수 있는 데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기록물을 대하는 기준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달라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문서를 중요한 자료로 보는 학계에서는 일기 등 평범한 시민의 기록을 유물의 성격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증하는 시민들의 사진 한 장에도 사연이 있기에 그 개인의 역사·맥락을 들은 사람들은 기록물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 2017년 제3회 공모전부터는 전주종합경기장, 전주축제, 종교문화, 3·1운동기록물, 출판인쇄 등 주제를 정해 수집을 했다. 특히 지역의 산증인들인 어르신들이 큰힘을 보탰다. 각 기관에 보낸 협조 공문은 효과가 없었으나, 대한노인회 전주지부는 ‘1경로당 1기록물’ 운동을 벌여 일기·월급봉투·혼례복 상자, 타자기 등 660점을 모았다. “노인들이 공짜로 복지혜택만 받을 게 아니라, 민간기록물이 사라지지 않게 찾아내는 것이 어른으로서 할 일”이라는 전주지부의 설득과 격려 덕분이었다. 시장을 비롯한 기관장들이 바뀌면 애써 모아놓은 자료들이 창고로 들어가는 거 아니냐는 일부 시민들의 우려도 있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앞으로 10년쯤 뒤에는 인구 감소로 도심에도 폐교가 생길 수 있으므로, 폐교의 공간을 활용해 시민생활사박물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보관하기 어려운 기록물을 더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는 게 기록관의 목적입니다. 비록 초기 규모는 협조하지만 앞으로 시민생활사박물관으로 꽃피우기를 기대합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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