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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6 20:27 수정 : 2019.11.27 17:45

[짬]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설계 우규승 건축가

재미 건축가 우규승씨가 지난 19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아시아문화원 제공
채우는 것보다 비우기는 쉽지 않다. 특히 건축에선 뭔가 솟구치고 도드라져야 주목을 끈다. 하지만 새로 들어설 건물을 지하로 넣는 파격을 선택했다. 개관 4돌을 맞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설계자 우규승(78) 건축가는 “설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5·18을 어떻게 기억하게 하는가였다”고 회고했다. 2005년 현상 설계 공모를 앞두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옛 전남도청을 위압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5·18 시민군의 최후 항전지였던 옛 전남도청 등 5·18 사적지의 중심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 포럼 초청

2005년 현상공모 ‘핵심설계 개념’ 회고

“5·18 사적지 중심성 높이고자 고심”

‘미디어 월·방문자센터 철거안 ‘우려’

하버드대학원 졸업한 뒤 보스턴 정착

88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설계 등 명성

지난 19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주최로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가는 깊은 생각’ 포럼이 열렸다. 사진 아시아문화원 제공
지난 19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주최로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포럼에서 우씨는 핵심 설계 개념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광주광역시가 5·18사적지에 복합문화시설을 설립하기로 하기로 한 것은 도시 전체 차원에서 보면 매우 획기적인 발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문화전당 설계의 핵심 개념으로 그는 “5·18=빛”이라는 생각으로 ‘빛의 숲’을 잡았다. 그는 “광주의 지도를 보면서 건물을 넣기보다 녹색으로 칠하고 싶었다. 지하에 건물을 넣고 지면을 공원화해서 모든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의 문화전당 설계안은 33개 나라 124개 응모작 가운데 당선됐다. 하지만 한 때 ‘랜드마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하버드대학 기숙사를 설계했던 그는 “그때 보스턴 시민들 사이에도 랜드마크 논란이 일었다”고 회고했다. 하버드대학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기숙사를 “도시를 생각하고 전통을 따르는 소박한 건물”로 설계했다. 과거의 흔적을 붉은색 벽돌을 사용해 담박하게 표현한 기숙사 설계는 그에게 보스턴시 최고의 건축상인 ‘할레스톤 파커 메달’을 안겼다. “랜드마크는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과거를 은은하게 알려주는 것이지 건물을 통해 만드는 게 아닙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05년 전남도청이 전남 무안으로 이전한 뒤 2008년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그의 구상대로 옛 전남도청 일대 넓은 규모의 터(12만8621㎡)를 14~18m 지하로 파냈다. 그리고 지하 아시아문화광장 주변으로 어린이문화원·문화정보원·문화창조원·예술극장이 배치됐다. 그는 “한옥의 중정(마당)을 통해 각 방들이 연결되는 것처럼 아시아문화광장을 통해 다섯개의 문화시설이 이어지는 구조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5·18 사적지인 옛 전남도청 건물인 민주평화교류원은 지상에 뒀다. 지하 시설물에는 하늘로 통하는 창을 통해 빛이 스며들게 했다.

그는 설계안의 일부가 변화된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는 “어린이문화원의 밑을 조금 올려서 좋았고, 야외 하늘광장도 경사가 져 전체 전당을 조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옛 전남도청 별관의 존치를 둘러싼 논란(2008~11)과 관련해 그는 “현상 설계안에선 별관은 없는 것으로 돼 있었다. 별관이 존치했다면 설계가 확 달라졌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지난 2015년 전당이 공식 개관한 뒤 처음으로 주변을 찬찬히 둘러봤던 그는 “밤에 전당 주변 조도가 은은한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우규승 건축가는 옛 전남도청 6개 동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미디어 월'을 떼어내면 두 광장이 절연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원안이 미디어월. 사진 정대하 기자
하지만 그는 설계의 상징물인 ‘미디어 월’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선 매우 안타까워했다. 미디어 월은 옛 전남경찰청 건물에서 아시아문화광장으로 이어지는 곳에 걸려 있는 바둑판 모양의 철골 구조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옛 전남도청의 5·18 시민군 상황실 등을 원형으로 복원하는 설계안을 확정한 뒤 2022년 12월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용역안에서는 미디어 월과 방문자센터를 철거할 예정이다. 그는 “5·18민주광장과 아시아문화광장을 연계하기 위해 설계한 미디어 월을 떼어내면 두 광장이 끊겨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씨는 문화전당이 주변 건물과 어울려 “5·18 기억의 공간”으로 부활하길 기대했다. 문화전당에서는 개관 이래 668건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지난 10월까지 971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그는 문화전당의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문화광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 60~120m의 큰 광장인 아시아문화광장이 자기의 세계를 가진 5·18민주광장과 연결돼 도시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건축계획, 하버드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그는 보스턴에 정착해 한국을 오가며 활동중이다. 1985년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설계 공모 당선으로 이름을 알렸고, 환기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 등이 대표작이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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