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6 20:14
수정 : 2019.11.07 02:37
[짬]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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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지난 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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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51)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최근 펴낸 책 <배를 돌려라: 대한민국 대전환>(한티재)은 요즘 보기 드문 파격적인 주장들을 담고 있다. 국가와 정부의 역할부터 경제·사회·복지 시스템 재편, 기후위기 대응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돌릴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3공’(공생·공유·공정)이라는 큰 틀의 목표를 위해 ‘3기’(기본소득·기본주거·기본농지 및 먹거리)를 보장하고, ‘7탈’(탈성장·탈지대·탈화석연료 및 탈핵·탈토건·탈집중·탈경쟁교육·탈차별 및 혐오)’을 이루자는 주장이다. “소수만 불로소득을 누리는 공멸의 사회가 아닌 공생사회(함께 사는 사회)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지난 1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하 위원장은 “한국사회 미래에 대한 견해를 묻는 여론조사를 보면, 전반적으로 비관과 냉소가 커진 상태다. 특히 청년들이 그렇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며 “위기의 시대에 경계해야 할 것은 가짜 해법이다. 잘못된 해법은 암초를 향해 가고 있는 배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배를 돌려라: 대한민국 대전환’ 출간
공생사회 향한 ‘3공·3기·7탈’ 제안
경제 사회 복지 재편…기후위기 대응
“일자리 창출·소득주도성장으론 한계”
이익·특권·특혜 ‘지대 불로소득’ 심각
“공멸에서 공생으로 정치공동체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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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돌려라-대한민국 대전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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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상승의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거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없다. ‘계층상승의 사다리’는 이미 끊어질 대로 끊어진 상황이다. 일자리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끊어진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아니라 ‘든든한 마룻바닥’이다. 지금 필요한 ‘마룻바닥’은 기본소득, 기본주거 같은 것이다.”
그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가장 대표적인 지대(땅값) 불로소득의 원천인 부동산 문제를 개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유세 강화는 물론, 3주택 이상의 주택소유를 금지하고, 일정 기간 안에 처분하도록 명령한 뒤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가 매수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자고 그는 제안한다.
하 위원장은 책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철저한 지대 추구 경제”로 규정하면서 지대(rent)의 개념을 넓혀서 사용한다. 부동산 지대만이 지대가 아니며,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뛰어넘는 이익, 특권·특혜를 통해 얻는 이익”이 모두 ‘지대 불로소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는 국가가 의대 졸업생 숫자를 통제해준 덕에 정규직 노동자 평균연봉의 4배가 넘는 고소득을 챙긴다. 하 위원장은 이를 의사들의 ‘직업 지대’라고 부른다. ‘스카이 캐슬’이 나쁘다고 말하기 전에 자녀를 의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판·검사 등 권력기관 퇴직자들이 누리는 전관예우도 지대 불로소득이라고 규정한다.
문제의식이 근본적인 만큼 해법 또한 그렇다. 예를 들어 ‘7탈 정책’의 첫 손으로 꼽힌 ‘탈성장’은 “국가라는 정치공동체가 시민들의 행복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국내총생산의 증가를 목표로 삼는” 경제성장주의를 벗어나자는 것이다.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서 병원이 잘돼도 경제성장률은 올라간다. 병을 예방하기보다는 병이 난 다음에 치료하는 것이 경제성장률을 올리기에는 쉬운 방법인 것이다.”
하 위원장은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면 심각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도 경제관료들과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내세우는 근거는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하게 줄이면 경제성장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이고 안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배를 돌리는 실행계획의 첫 단추는 정부 조직을 ‘전환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를 전환부로, 국토교통부를 주택교통부로 바꾸는 등 “과거 개발독재 시대 때 짜인 정부 조직을 해체 수준으로” 전면 개편하자는 것이다. 그는 “100만명이 넘는 국가공무원이 한 해 500조원 가량의 정부 예산을 사용한다. 새로운 일을 하려면 정부 조직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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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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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출마를 최근 선언한 하 위원장에게 이 책은 출사표인 셈이다. 다만 그의 현실정치 참여는 기존 시민운동가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기성 정치권에서 한두 명씩 불러서 ‘액세서리’처럼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면 그는 벌써 정치인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진작부터 다른 길을 걸어 왔다. 하 위원장은 “거대 정당에 들어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늘 사회구조를 제대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연대에서 조세개혁과 정보공개 운동을 주로 했고,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에서 기초지방의회 참여와 혁신 운동을 했으며, 2011년 녹색당 창당을 주도하면서 대안정치를 추구해 왔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로서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를 통한 선거제도 개혁 운동의 산파 구실을 했으며,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변호사와 회계사 자격증이 있지만 14년째 둘 다 휴업 중이다.
“어느 순간부터 큰 그림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사라졌어요.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와 지식인 사회에서 ‘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얘기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제 주장이 다 옳다는 게 아닙니다. 이런 그림, 저런 그림 제안해서 토론을 해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잡힐 수 있어요. 이 책이 그 출발점이 됐으면 합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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