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인희망연대 ‘오롯#위드유’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혜미·천샘·김윤진·박성혜,·장혜진씨(왼쪽부터). 무용계 미투 고발 이후 ‘오롯’이 발표한 성명서를 배경으로 함깨 했다. 사진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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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발표나 재판 방청 등 지원 나서 “무용수에게 ‘신체 주권’ 돌려줘야
현대무용 ‘탈의 규약’ 마련 시급
‘진정성 있는 반성’ 선례 봤으면” ‘오롯#위드유’는 이처럼 고발자들이 오히려 낙인이 찍히고, 고립되고, 끝내 무용계에서 퇴출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뭉쳤다. ‘페미플로어’나 ‘약속하는 언니들’처럼 창작환경 개선을 위해 모인 다른 무용계 안의 단체들과 함께 자치규약도 만들어본다. 핵심은 몸에 대한 ‘신체 주권’을 무용수 자신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박씨는 “임신이나 생리도 일방적으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출혈이 진행되는 데도 안무를 계속 해야 되는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무용은 무대 위 탈의에 대한 규약이 시급해요. ‘선생님이 벗으라면 벗는 것’이란 얘기를 하거든요. 과연 저 작품에서 탈의가 정말 필요했는지, 그 동작을 정하는 과정이 민주적이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천샘) 이들의 활동은 공고한 카르텔을 지키고 싶어하는 무용계 안의 권력자들, 피해자와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만 축소하는 사람들,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 사람들에게 “굴하지 않겠다”는 신호이자 “더 이상의 성폭력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국공립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성폭력 가해자를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점검하는 일도 할 계획이다. 박씨는 “우리 모두 가해자는 알지만 피해자는 얼굴도 모른다”며 “그럼에도 절대 그 친구를 혼자두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가 행동하면서 적어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자각이 무용계 안에서 생겨나지 않았을까요. 그것만도 큰 변화죠.”(박성혜) 이제 시작이다. 김씨는 “진흙 속에서 이제 막 발을 뗐다고 생각한다”며 “가해자가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자숙하는 선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의 슬로건 중 하나는 “가해자는 다시 돌아온다”였다.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가해자가 다시 복귀할 때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무용 생태계를 만드는 것, ‘오롯#위드유’가 오늘도 움직이는 이유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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