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1.02 21:27 수정 : 2018.05.11 15:36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손석춘칼럼

민주당은 축배를 들었다. 10월 재보선에서 민심은 서릿발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오만을 심판했다. 축배를 든 정세균 대표의 어깨도 힘이 넘친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과 결판내겠다는 결기를 세웠다.

정 대표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추구했던 가치라고 해서 무조건 얽매이지 않겠다며 ‘정책 전환’을 시사했다. 그의 의중이 또렷하진 않지만 전환의 필요성엔 공감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김대중-노무현 집권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상위 10%의 경제력이 무장 커진 게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물적 토대를 밑절미로 기득권 세력의 힘은 사회 모든 부문에서 곰비임비 불어났다. 언론만이 아니다. 전경련-경총은 물론, 대학과 연구기관을 통해 시장과 경쟁 만능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퍼져갔다. 게다가 노동운동이 ‘민주 정부’의 경직된 법 집행으로 힘을 잃어가면서 저들의 사회적 권력은 곱으로 커졌다. 그 논리적 귀결이 바로 이명박 정권이다. 이 정권에게 민주당이 배울 게 있다면, 자신을 지지해준 세력을 대변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실행력이다.

그럼에도 2008년 총선 패배 뒤 지금까지 민주당은 진지한 성찰이 없었다. 뼈를 깎아야 마땅할 때 촛불항쟁이 일어났다. 그 결과 ‘뉴민주당 플랜’ 따위가 무람없이 선포되었다. 우경화에 대한 비판 여론은 ‘노무현 추모 열기’에 다시 묻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 기득권을 버리면서 민주세력 단결에 나서라고 간곡히 촉구했지만, 안산 재선거에서 드러난 민주당 모습은 그 뜻에 확연히 어긋났다. 일찌감치 임종인 전 의원이 두 진보정당의 지지를 받으며 야권 연대를 호소했는데도, 기어이 당 후보를 공천했다. 정세균 대표가 직접 유세 현장을 누볐다. 민주당은 결국 ‘뜻’을 이뤘다. 하지만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서 진 꼴 아닐까.

민주당에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다. 천정배·최문순·장세환 의원은 ‘언론악법’으로 국민 앞에 약속한 의원직 사퇴를 결행하며 민주당 살리기에 나섰다. 충북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범구 의원이 몇 해 전 정계에 복귀할 때, 한국 정치가 신자유주의 세력과 반신자유주의 세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며 건네던 열정 어린 눈빛도 잊지 않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재보선 직후 “민주당이 모든 걸 잘하고 있어서 주신 사랑이 아님을 잘 깨닫고 있다”고 논평했다. 묻고 싶다. 과연 민주당 의원들은 그 ‘깨달음’을 얼마나 절실하게 공유하고 있는가.

문제는 정 대표가 다짐한 ‘정책 전환’ 논리가 뉴민주당 플랜과 어금버금한 데 있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쟁을 초월하겠다거나 ‘보수진영’ 정책도 채택할 건 채택하겠다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참여정부가 왼쪽 깜빡이 켜고 오른쪽으로 간 사실을 톺아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중심 없는 좌우 초월은 우왕좌왕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호남의 단체장과 의석들을 독점하리라고 믿을 수 있다. 수도권의 호남 인구에 기댈 수도 있다. 다만 2010년 서울시장 선거나 2012년 대통령선거는 재보선과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정치의식 높은 호남 유권자들이 언제나 지지하리라 여긴다면 착각이다.

해방 이후 민주당이 배출한 정치인 가운데 가장 걸출한 이는 김대중이다. 정치에서 누구보다 현실을 중시한 고인이 민주당에 남긴 유지를 벅벅이 새길 때다. 그 충고를 무시한 재보선 결과에 축배만 든다면, 만일 뉴민주당 플랜에 근거해 더 오른쪽으로 걷겠다면, 앞으로도 진보세력과의 연대에 ‘현실’을 내세워 언구럭 부린다면, 명토 박아둔다. 민주당은 독배를 마셨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손석춘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