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6투표소에서 방송3사 출구조사원들이 투표를 마치고 나온 시민들을 따라가 출구조사에 응해달라 요청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막전막후 161]
‘투표 결정요인’ ‘정치성향’ 등
5·9 대선 심층 출구조사 분석
지지 결정 빨랐던 문재인 후보 지지자
‘부패비리 청산’ ‘국민통합’ 동시 요구
2012 대선 박근혜 지지자 갈수록 표 분산
문재인 지지자는 총선서 흩어졌다가 대선서 재결집 뚜렷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6투표소에서 방송3사 출구조사원들이 투표를 마치고 나온 시민들을 따라가 출구조사에 응해달라 요청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출구조사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입니다. 우리나라 출구조사는 2000년 16대 총선 때 처음 도입했습니다. 2010년부터는 <케이비에스>(KBS), <엠비시>(MBC), <에스비에스>(SBS) 3대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사 공동예측위원회’를 결성해 출구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출구조사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지지정당이나 후보자만 질문하는 간단한 조사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5·9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심층 출구조사를 했습니다. 종전 조사 방식으로 8만9716명을 조사했고, 따로 심층 조사 방식으로 3679명을 조사한 것입니다.
심층 출구조사는 인구 사회학적 요인, 투표 결정요인, 차기 정부과제, 투표자의 정치성향 등을 포함한 것입니다. 전국 63개 투표소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매 30번째 투표자를 등간격으로 추출해 개별 면접조사를 했습니다.
심층 출구조사 결과를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와 박사 과정 이선미 씨가 ‘제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 분석 : 투표행태, 세대갈등, 그리고 정치이념 갈등’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정리했습니다. 논문 내용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을 간추려 소개하겠습니다.
후보자를 지지하는 데 성별, 직업, 고용형태, 소득, 경제계층, 종교 등은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연령별, 주소지별로는 달랐습니다.
20대에서 40대까지는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지만 50대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했습니다. 60대 이상에서는 아예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것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모든 연령층에서 20% 안팎의 고른 지지율을 보입니다.
주소지별로는 광주/전라와 대구/경북이 가장 극명한 대조를 보였습니다. 주소지별 지지율은 개표를 통해 이미 확인된 수치입니다.
지지후보를 언제 결정했는지 물었습니다. 1주일 전에 결정했다는 대답이 51.87%로 가장 많았습니다. 대선 후보 토론회를 마지막까지 보고 나서 지지후보를 결정한 사람이 많았다는 얘깁니다. 1주일 전에 지지후보를 결정했다는 사람들은 대략 문재인 홍준표 후보를 30%씩, 안철수 후보를 20%, 유승민 심상정 후보를 10%씩 지지했습니다. 탄핵선고 이전이나 이후에 일찌감치 지지후보를 결정한 사람들은 문재인 후보를 찍은 비율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지지후보를 선택한 이유를 도덕성 및 청렴성, 부패비리 청산, 안보 외교 능력, 경제성장 및 발전, 국민통합 5개 항목으로 나누어 물었습니다. 비슷비슷한 비율로 나왔습니다. 부패비리 청산 때문에 선택했다고 답변한 사람 중에서 압도적 다수가 문재인 후보를 찍었습니다. 반면에 안보와 외교 능력 때문에 선택했다는 사람들은 압도적 다수가 홍준표 후보를 찍어 대조를 이뤘습니다. 국민통합을 선택의 이유로 꼽은 사람들도 문재인 후보를 많이 찍었다는 것이 좀 이채롭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찍은 사람들은 부패비리 청산과 국민통합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탄핵 찬성 비율은 예상대로 높았습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문재인 후보를 찍었습니다.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홍준표 후보에게 표를 압도적으로 몰아줬습니다.
차기 정부의 과제를 물었습니다. 국정운영 방안은 국민통합과 적폐청산 중에서 하나를 고르도록 했고, 사드 배치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복권은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물었습니다. 세금과 복지 수준은 높임, 유지, 낮춤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를 찍은 사람들은 국민통합보다 적폐청산 쪽을 좀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사드 배치는 문재인 심상정 후보 지지자들은 확실히 반대가 더 많았습니다. 6차 북핵실험 이후 이들의 여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치이념 성향을 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수 대 중도 대 진보가 3 대 4 대 3의 비율을 보였습니다. 중도가 확실히 많았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에서 중도 비율이 평균치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점이 특이합니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서는 중도 유권자의 마음을 확실히 얻어야 당선될 것 같습니다.
정치이념 성향이 18대 대선(2012년), 20대 총선(2016년), 그리고 19대 대선(2017년)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기 위해 정치이념 성향별 유력 대선 후보 및 정당별 득표율 분포를 정리했습니다. 표의 행은 정치이념 성향별 후보자 득표율 분포입니다. 열은 후보자별 및 정당별 정치이념성향 분포입니다.
예를 들어 18대 대선에서 보수 성향 투표자는 문재인 후보에게 15.85%, 박근혜 후보에게 78.83%, 그리고 기타후보에게 5.32% 투표했습니다. 그리고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은 사람 중에서 보수는 11.79%, 중도는 42.66%, 진보는 45.55%입니다.
행 백분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18대 대선, 20대 총선, 19대 대선의 차례로 문재인→민주당→문재인 득표는 보수에서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제외하면 정치이념 성향별 득표율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박근혜→새누리당→홍준표로 이어지는 득표율은 모든 정치이념 성향에서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특히 박근혜→새누리당→홍준표로 이어지는 중도층의 이탈은 주목할 정도로 낙폭이 큰 편입니다. 따라서 20대 총선 민주당 승리와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당선은 민주당 및 문재인 후보의 경쟁률 상승보다는 보수정당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및 후보 득표율의 급격한 하락이 중요한 원인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2012년 18대 대선 투표자들의 표심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어떻게 이동했는지 득표율의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18대 대선 지지후보를 중심으로 박근혜, 문재인, 기타후보, 투표 안 함(투표권 없음) 등 네 부류로 나눠 지지율의 동적 추이를 그림으로 만들었습니다.
[%%IMAGE11%%] [%%IMAGE12%%] [%%IMAGE13%%] 그림은 이렇게 읽어야 합니다. 박근혜 후보는 18대 대선에서 42.67%를 득표했고 그 가운데 75.68%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했습니다. 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19대 대선에서 13.31%가 문재인 후보를, 59.64%가 홍준표 후보를, 17.86%가 안철수 후보를 찍었다는 것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 가운데 20대 총선에서 다른 정당(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옮겨간 사람들은 19대 대선에서 옮겨간 당의 후보에게 높은 지지를 보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경우 70.8%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반면에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은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보다 다른 정당으로 더 분산됐지만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재결집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정의당으로 옮겨갔던 투표자의 73.26%, 기권했던 투표자의 80.51%가 다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18대 대선의 박근혜표는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이리저리 흩어졌고, 18대 대선의 문재인표는 총선에서 흩어졌지만 19대 대선에서 강하게 재결집했다는 얘깁니다. 문재인 후보가 이기고 홍준표 후보가 패한 이유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