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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30 12:00 수정 : 2015.01.30 15:52

새정치 전당대회 흥행 실패
당대표 선거에도 가려 겹설움
그러나…
역대 최고위원 당선자들은 ‘미래형 정치인’
캄캄한 앞날 헤쳐갈 새 얼굴들
이번 선거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무려 500만표 차로 패했습니다. 야권은 큰 충격을 받았지요. 대선 패배는 예상된 일이었지만 표차가 너무 컸던 것입니다. 일패도지(一敗塗地)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 일은 참 묘한 것입니다. 지나친 압승이 방심을 불렀을까요? 2008년 2월25일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뜻밖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악수를 뒀습니다. 쇠고기 수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태도가 문제였습니다. “마음에 안들면 적게 사면 되는 것”이라는 한마디에 국민의 건강권을 챙겨야 할 대통령은 오간데 없고 평생 돈벌이를 추구한 장사꾼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습니다.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들었다”며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민주당 1차 전당대회가 열린 2008년 7월6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정국을 가라앉히기 위해 개각을 몇명 수준에서 할지 고민하던 바로 그런 시점이었습니다.

2008년 7월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당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느닷없이 2008년 얘기를 꺼낸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가 열리는 지금의 정세가 그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지지도는 무너져 내리는데도 야당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는 어려운 그런 정세 말입니다.

당시 민주당이 1차 전당대회를 하게 된 것은 2007년 대선을 갈라져서 치렀던 대통합민주신당(후보 정동영)과 민주당(후보 이인제)이 2008년 총선을 앞두고 통합민주당으로 합쳤다가 다시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전당대회에서 대표는 정세균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습니다. 후보별 득표율은 정세균 57.6%, 추미애 26.5%, 정대철 15.9%였습니다.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 당선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최고위원 선거 결과의 특징은 ‘86 세대’(당시에는 386 출신이라고 불렀음)의 약진이었습니다. 송영길 의원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당내 86 세대의 맏형을 자처하던 정치인이었습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민석 전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면서 ‘철새’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지만 당시 전당대회에서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고려대 운동권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안희정 후보는 대선자금 사건으로 감옥에도 갔고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는 등 시련을 겪었던 사람입니다. 역시 당시 전당대회를 통해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사람들이 그 뒤에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안상수 시장을 꺾고 인천시장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지만 2014년 유정복 시장에게 패배했습니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해 지금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원내대표에 당선돼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 활약했습니다. 2014년 경기지사에 출마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민주당 당원들은 대선 완패 이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앞날을 책임질 만한 ‘미래형 정치인’들을 최고위원으로 선택하는 집단지성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2010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구분하지 않고 선거를 치렀다. 서울시당 정기대의원대회에 선 정동영, 정세균, 최재성, 박주선, 천정배, 이인영, 손학규, 조배숙 후보(왼쪽부터).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2년 뒤 열린 2010년 10월3일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한꺼번에 뽑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습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손학규 후보가 대표에 당선됐습니다. 최고위원은 정동영, 정세균, 이인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후보가 선출됐습니다. 여기서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은 대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로 봐야 합니다. 처음부터 최고위원을 노린 사람은 이인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네 사람이었습니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열린 2013년 5·4 전당대회에서는 다시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뽑았습니다. 김한길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신경민, 조경태, 양승조, 우원식 등 새로운 인물들이 최고위원으로 뽑혔습니다. 5·4 전당대회에서도 당원들은 ‘과거의 업적’이나 ‘당내 세력’보다 당의 캄캄한 앞날을 헤쳐나갈 ‘미래의 인물’들에게 투표를 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는 2월8일 문재인, 이인영, 박지원 후보 중에서 한 사람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대표가 됩니다.

동시에 새로운 최고위원 5명이 탄생합니다. 최고위원 후보는 모두 8명입니다. 그런데 최고위원 후보들은 마음이 많이 상해 있습니다. 대표 후보들과 함께 전국 시도당을 돌며 합동연설회를 하고 있지만 좀처럼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당대회 흥행이 전반적으로 실패하면서 대표 후보들에 비해 최고위원 후보들이 피해를 더 입는 그런 모양새입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유권자 한 사람이 후보 두 사람씩을 찍습니다. 1인2표인만큼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원 대의원들이 최고위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역시 당의 앞날을 헤쳐나갈 미래 비전과 인물됨일 것이라고 저는 예상합니다.

최고위원이 뭐하는 사람들일까요? 최고위원회가 뭐하는 기구일까요? 최고위원회는 당무집행에 관한 최고책임기관입니다. 당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5명, 2인 이내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구성됩니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당대표가 지명하고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무위원회가 인준해야 합니다. 여성, 지역, 노인, 청년, 노동 등을 우선 배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고위원회는 법률안을 포함한 당 주요 정책에 관한 심의·의결, 주요 당무에 관한 심의·의결, 당무 전반에 관한 조정·감독, 당 예산과 결산의 심의, 당무위원회 및 의원총회의 소집 요구, 당무위원회에서 위임한 사항의 처리, 임시 시·도당대의원대회 개최 요청에 대한 허가, 시·도당 또는 지역위원회에 대한 사고당 또는 사고위원회 판정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거의 모든 당무를 집행하는 기구라고 보면 됩니다.

최고위원회는 보통 1주일에 두 차례 정도 열립니다. 회의가 열리면 정치부 기자들과 카메라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며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합니다. 그 뒤 비공개로 전환해서 당무에 관한 의결을 합니다.

야당의 가장 중요한 정치 활동이 최고위원회 공개 발언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보면 됩니다. 최고위원이 되려는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한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오는 2월8일 열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표·최고위원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이 두 손을 맞잡은 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호·정청래·이목희·전병헌 최고위원 후보, 박지원·문재인·이인영 대표 후보, 주승용·유승희·오영식·박우섭 최고위원 후보.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후보들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유승희 후보는 유일한 여성 후보입니다. 17대·19대 재선 의원입니다. ‘서민과 을(乙)을 지키는 진보적 정책정당’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인천 남구청장(민선 3기, 5기, 6기)으로 새정치연합 기초단체협의회 회장인 박우섭 후보는 ‘지방의 힘으로 당을 살리겠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문병호 후보는 노동·인권변호사 출신의 17대·19대 의원입니다. ‘계파패권 끝장내고 혁신으로 정권교체’, ‘통합의 혁신리더’를 내세웁니다.

이목희 후보는 17대·19대 의원입니다. 정체성, 공정성, 민주성, 야당성을 강화해 선거불패의 역사를 써내려가겠다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역시 17대·19대 의원인 정청래 후보의 구호는 야성회복과 정권교체입니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당대포’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호남 지역구 출신인 주승용 후보는 당 사무총장을 지낸 3선 의원입니다. ‘민심을 얻어야 정권교체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병헌 후보는 원내대표를 지낸 3선 의원입니다. 당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 청와대 비서관 등 경력이 화려합니다.

오영식 후보는 고려대 총학생회장, 전대협 2기 의장을 지낸 ‘86세대’로 3선 의원입니다. 당을 위한 헌신, 패기와 열정을 내세웁니다.

※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후보 소개는 기호순입니다. 현장의 분위기를 아는 사람들은 8명 중에 3명이 ‘3강’을 형성하고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다섯 사람이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또 다섯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은 탈락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당권과 낙선이 유력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제가 밝히지 않겠습니다. 투표가 임박해 있는 상태에서 후보들의 이름을 밝히면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겨레> 정치부 하어영 이승준 기자가 흥행이 되지 않는 최고위원 선거 분위기를 전하고 판세를 분석한 일이 있습니다. 물론 후보들의 실명을 밝혔습니다. 그날 밤과 다음날 아침까지 기사를 쓴 기자들은 물론이고 편집국 간부, 정치부 부장과 차장, 야당반장까지 몇몇 후보와 캠프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습니다. 자기들은 당선권인데 <한겨레>가 당선권에 포함시켜주지 않았다며 엉뚱하게 정정보도를 요구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정치부 기자들이 취재해서 쓰는 판세 분석에 대해 정정보도를 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입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정치의 역동성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결정되는 선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최고위원 후보들의 운명이 걸린 2월8일 전당대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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