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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4 21:10 수정 : 2018.12.25 10:29

되돌아본 국회 ‘유료 카풀 금지법’의 역사

카풀 사태 책임 미루는 양당 왜 말 다른가
2015년 ‘우버 금지법’ 해석 놓고 갈등
“알선 금지” 우버 쫓아냈지만
‘규제개혁’ 기지개 편 국내 스타트업,
2017년 “출퇴근” 예외조항 넓게 해석
택시업계와 갈등 빚어…
대기업 ‘카카오’ 합류로 ‘폭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택시업계가 격렬하게 저항중인 ‘카풀법’을 놓고 서로의 탓이라며 싸우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카카오 카풀 같은 카풀 알선업체가 나올 수 있게 해놓고선 손바닥 뒤집듯 현 정부만 나무란다며 몰아붙이고, 한국당은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펄쩍 뜁니다. 오히려 카풀 알선업체 규제를 강화했었다는 것입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요?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카풀을 허용하는 ‘여객자동차법’을 통과시킨 바 있는 한국당이 카풀 반대집회에 나가 국면에 따라 말을 바꾸는 ‘두 얼굴 정치’를 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허위사실 유포다. 2015년 개정안은 오히려 우버 같은 카풀 알선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카풀법 공부라도 제대로 하라.”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마친 뒤 마포대교를 통해 공덕오거리로 행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naks@hani.co.kr
■ ‘우버 금지법’, 대체 뭐길래

‘우버금지법’으로도 알려진 2015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승차공유서비스인 ‘우버’(Uber)가 2013년 한국에 진출할 당시, 불법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국내법은 적합한 허가 없이 자가용 운전자가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우버가 2014년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자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은 ‘불법유사운송행위’로 보고 제재하기로 합니다.

문제는 새롭게 등장한 ‘공유경제 플랫폼’ 우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때 여객운수법 81조는 자가용을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는” 행위만을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알선’을 하는 플랫폼인 우버를 처벌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우버 운전자만 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 셈이었습니다.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2015년 김성태·이노근(당시 새누리당), 한정애(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각각 대표발의 개정안을 내어 “알선” 행위를 금지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우버금지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된 서리를 맞은 우버는 그 해 한국 시장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①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자동차”라 한다)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 <개정 2013. 3. 23.>

1.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2. 천재지변, 긴급 수송, 교육 목적을 위한 운행,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①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자동차”라 한다)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 또는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있다. <개정 2013. 3. 23., 2015. 6. 22., 2017. 3. 21.>

1.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2. 천재지변, 긴급 수송, 교육 목적을 위한 운행,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

■ “2015년 개정안, ‘알선’ 금지에 촛점”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새누리당이) 2015년 ‘알선’을 추가하고 예외 조항(출퇴근 시간 허용)을 둬서 사실상 카풀 업체의 난립을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국당을 비판했습니다. “출퇴근시간에는 알선할 수 있다고 열어준 것 아니냐. 카카오 카풀을 등장하게 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민주당 쪽의 주장은 다소 무리해 보입니다. ‘우버금지법’ 이라는 별명에서 보듯, 이 법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미 성행하고 있었던 카풀 업체의 알선 행위를 규제의 틀에 집어넣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된 “출퇴근 때” 예외 조항은 한국당이 2015년 새롭게 덧붙인 것이 아니며, 1994년부터 있던 조항이었습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교통난 해소와 환경보호 차원에서 카풀을 국가적으로 장려하면서, 출퇴근길 차를 태워준 동료에게 기름값 조의 실비를 받았더라도 처벌받지 않게끔 예외를 허용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대변인은 24일 “강 의원의 발언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반대로 2015년 카풀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1994년 법엔 ‘알선’을 막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카카오 같은 중개업체들이 (출퇴근 시간 뿐만 아니라) 24시간 내내 알선 행위를 지금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개정안을 논의했던 2015년 3월10일 국회 교통위원회 소위 회의록을 보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대체로 승차공유서비스에 부정적이었습니다. 당시 소위에서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인체(우버)는 단속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처벌할 수 없지 않느냐”며 이용자 처벌 가능성까지 물었고, “관련 법 정비를 하지 않으면 그렇잖아도 어려운 택시업계는 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이 때만 해도 잔존하는 “출퇴근 때” 예외조항이 오늘날과 같이 큰 문제가 되리라고 예상했던 의원들은 없었던 듯 합니다. 이날 개정안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예외조항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20일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소속 택시기사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예외조항 “출퇴근 때” 둘러싼 ‘유연한 해석’ 등장하며 갈등 심화

‘우버금지법’으로 승차공유서비스업의 운신 폭이 대폭 줄어들었음에도, 무엇이 택시 기사들의 반발을 불러왔을까요?

2016년, ‘공룡’ 우버가 떠난 한국 시장엔 ‘퓰러스’와 ‘럭시’ 등 국내 승차공유 스타트업들이 조심스럽게 사업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우버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합법적 영역에서만 운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만 실시되고 비용도 낮다. 기존 운수업자들의 영역과 겹치지 않아 반발할 이유가 없다.” (퓰러스)

차츰 일상을 파고들던 승차공유 스타트업들은 그러나 2017년, ‘출퇴근시간선택제’를 표방하며 영업 시간 확대를 꾀하기 시작합니다. 예전처럼 아침이나 저녁의 특정 시간대가 아닌, 원하는 시간대를 지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연근무제’ 형태가 늘어나면서 낮이나 밤에 출근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출퇴근 때”라는 조항이 정확한 시각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니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었습니다. 국토부 등은 ‘사실상의 24시간 운영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엔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4차산업혁명과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말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공유경제 플랫폼’이 세계적 추세인데, 글로벌 플랫폼이 몸집을 불리는 동안 국내 시장만 규제에 고전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스타트업이 규제의 ‘샛길’ 활로를 찾으며 목소리가 커져 갈수록, 택시 업계의 불만은 높아져 갔습니다. 2017년 11월20일 김수민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주최한 ‘4차산업혁명시대 스타트업 발전을 위한 규제개선 정책토론회’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원의 집단 항의로 무산됐습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타협안을 도출해 보려 했지만, 택시업계는 ‘예외조항을 삭제하라’며 완강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카풀 규제 완화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카카오모빌리티가 2018년 12월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대기업인 다음카카오가 플랫폼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본 택시 기사들은 분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카카오 카풀에 항의하며 최우기 택시기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분신 사망했습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유치원 3법’, ‘김용균법’ 등 쟁점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회동을 위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한국당 발빠른 ‘택시 정치’에 민주당 ‘불쾌’… 공방 배경

지난 20일, 최우기 택시기사의 장례식과 함께 열린 ‘제3차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는 ‘깜짝 손님’이 등장했습니다.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 의원 8명이 찾아온 것입니다. 단상에 올라 “문재인 정권이 서민을 위한 정권이 맞냐. 일방적으로 발표한 카풀 정책은 잘못됐다”고 말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환호와 박수를 받았습니다. 반면 “분향소를 매일 두세번씩 찾았다. (전날 합의한) 대타협기구에서 택시산업 생존권이 침해되지 않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고개 숙인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팀 전현희 의원은 야유와 물 세례를 받았습니다.

민주당은 택시 사태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카풀 정책”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몰아가는 한국당의 전략에 특히 불만을 토로합니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지난 10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업계와 해결책을 논의하고, 19일엔 대타협기구도 꾸려내는 등 소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지난 법이 담아내지 못했던 한계와 현실을 보완하려 고심해 왔기 때문입니다.

한국당이 발빠르게 장외집회에 합류하며 택시 업계의 손을 잡고 나섰지만, 사실 한국당의 당론은 출퇴근 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제한적으로 카풀을 허용하자는 입장이어서 현재 택시 업계가 주장하는 ‘전면 금지’와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출퇴근 때” 예외 규정을 삭제하는 카풀 전면 금지법(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카풀 중개업을 금지하는 법안(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 △카풀 시간을 제한하는 법안(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 3종류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민주당의 박홍근 의원은 카풀 직접 관련 법안은 아니지만, 사납금을 폐지해 택시 기사의 근로조건을 향상하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승차공유서비스를 전면적으로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법안은 없습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택시 업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데다, 27만명에 이르는 택시 기사들은 위력적인 유권자 집단이기도 하다”면서 “택시 업계 ‘표심’ 때문에라도 대놓고 카풀을 허용하자는 적극적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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