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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4 11:02 수정 : 2018.12.04 12:06

헬멧, 방패, 몽둥이, 보호대 등으로 완전무장해 마치 경찰 특수기동대처럼 보이는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이 2011년 6월 회사에 들어오려는 유성기업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아산/금속노련 제공

[더(The) 친절한 기자들]

재판부 “사측 범행 조직적·계획적” 유시영 회장 실형 확정
2011년 노조 파업 돌입하자 직장폐쇄 단행
용역 동원해 조합원 끌어내…부상자 다수 발생
사측 무더기 징계·고소에 조합원 정신건강 ‘빨간불’

헬멧, 방패, 몽둥이, 보호대 등으로 완전무장해 마치 경찰 특수기동대처럼 보이는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이 2011년 6월 회사에 들어오려는 유성기업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아산/금속노련 제공
“공정함은 바라지도 않을 테니 사실은 왜곡하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지난달 29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언론에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지난달 22일 오후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 본관 2층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이 회사 김아무개(48) 상무가 지회 조합원들과의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폭행을 당해 상처를 입었습니다. 보수 언론은 ‘유성기업 참혹현장’, ‘쓰러져도 또 때렸다’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에서 “조합원들의 집단 감금·폭행이 약 1시간 이어졌다”, “주먹·발길질하고 니킥까지 날렸다”며 지회를 맹비난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쯤 되면 ‘귀족 노조’를 넘어 ‘조폭 노조’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회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노조의 폭력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지회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깊은 유감”이라며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지회는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1시간에 걸쳐 상황이 벌어졌단 보도는 모두 가짜뉴스”라고 강조했습니다. “시시티브이(CCTV)를 이미 확인한 경찰도 상황은 2~3분 사이라 확인했으며, 부지불식 간에 발생한 충돌은 1~2분 만에 정리됐다”는 겁니다.

지회는 보수 언론을 향해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번 불상사가 이토록 보도가치가 높고 주목할 사건이라면 지난 8년간 유성기업에서 발생한 사쪽의 불법, 폭력, 인권유린, 노동자의 죽음, 재벌과 관계 당국의 공조와 갑질은 보도할 가치가 없어서 넘어갔나? 보수 언론은 지난 2, 3일간 할애한 지면과 시간만큼 유성 8년의 투쟁을 보도했나?”

유성 8년의 투쟁. ‘유성기업 노조잔혹사’라고도 할 수 있는 8년의 세월 동안 지회 조합원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시간을 돌아보는데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심종두 창조컨설팅 전 대표입니다. 2003년 설립된 창조컨설팅은 그동안 14개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168개 기업을 컨설팅한 ‘노조 파괴’ 노무법인의 대표 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씨는 올 8월23일 1심에서 징역 1년2개월, 벌금 2천만원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7일, 그러니까 보수 언론이 지회를 맹비난하던 도중 일시 석방됐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은 “건강상 이유로 11월27일부터 한 달간 구속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고 3일 밝혔습니다. 심 전 대표는 과거 간암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 기사: 유성기업 노조 “‘폭력 상황 1시간’은 가짜뉴스…경찰도 확인”)

‘노조파괴 의혹’을 받고 있는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왼쪽)가 2012년 10월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동 고용노동부 이룸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두한 뒤 나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김주목 전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노조법과 헌법 침해하고도 잘못 뉘우치지 않아…” 재판부 질타

잠시 시계를 돌려 8월23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임종표 판사는 심 전 대표와 김주목 창조컨설팅 전 이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양형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피고인들이 작성한 문건은 당초부터 온건·합리적인 노조의 출범, (금속노조) 지회 및 조합원 축소를 전제로 성공보수를 책정하고 있고, 또 산별 노조를 기업별 노조로 바꿔 합리적으로 통제할 방안과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항할 세력을 키우고 의식화 작업을 진행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처음부터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 개입과 조직형태의 변경을 목적으로 했던 게 분명하다. 피고인들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가했다. 또 공인노무사로서 일반인보다 더 법을 준수해야 함에도 노조법과 (노동기본권을 규정한) 헌법 33조 1항을 침해했다. 그럼에도 잘못을 뉘우치거나 피해를 회복하려 노력도 하지 않고 수사과정에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도 했다.”

금속노조를 약화·와해시킬 목적으로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설립하도록 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가운데 흰머리에 안경 쓴 이)이 2017년 2월1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모습을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지회 제공
심 전 대표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노조파괴에 나섰던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의 경우는 어떨까요. 2017년 2월1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4단독 양석용 판사는 노조법·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회장에게 징역 1년6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바 있습니다. 당시 양 판사는 “(회사에 우호적인) 신설 노조를 육성함과 동시에 기존 금속노조 약화·와해를 추진한 일련의 범행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범행이 회사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고 기간도 길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22일 대법원은 유 회장에게 징역 1년2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는데요. 기업 경영진이 부당노동행위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관련 기사: ‘노조파괴’ 창조컨설팅 대표·전무, 징역 1년2개월 법정구속)
(▶관련 기사: 6년반 걸린 유성기업 노조파괴 ‘단죄’…창조컨설팅은 언제쯤?)

■ 창조컨설팅-유성기업-현대차의 노조파괴 ‘삼각 공모’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2011년으로 가보겠습니다. 유성기업은 현대자동차에 피스톤링 등을 납품하는 회사로 충북 영동과 충남 아산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두 공장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지회가 있습니다. 지회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주야 교대로 운영되던 것을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바꾸자고 요구합니다. “밤에는 자고 싶다는 게 뭐 그렇게 무리한 부탁입니까?” 이렇게 되묻던 지회는 회사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합법적인 쟁의행위, 즉 파업에 돌입하기로 합니다.

회사는 이에 맞서 ‘범죄’를 준비했습니다. 우선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으로부터 “금속노조 영향력 축소를 통한 노사관계 안정성 확보-온건·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을 계약 목적으로 한 노무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회사는 이 컨설팅을 바탕으로 때마침 시행 예정이었던 ‘복수노조’ 제도를 활용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회사 주도로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 이른바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이를 지원해주기로 계획한 겁니다.

2011년 6월22일 오전 유성기업이 고용한 한 용역직원이 소화기를 던지고 있다. 사진 유성기업 아산지회 노동조합 제공
2011년 5월18일 회사는 지회가 파업에 돌입하자 2시간 만에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공장 안에 있던 지회 조합원을 끌어내기 위해 경비 용역을 동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2011년 6월22일 아침에는 사쪽이 고용한 용역 직원(CJ시큐리티 소속)들이 쇠파이프와 죽창을 들고 조합원들을 덮쳐 조합원 한 명이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오른쪽 광대뼈가 조각나 수술을 한 조합원도 있습니다. 당시 카메라에는 용역 직원들이 돌과 소화기를 던지는 장면이 잡혔습니다. 이 충돌로 조합원 18명은 구급차를 이용해 평택 굿모닝병원 등으로 이송됐고 용역 직원 6명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관련 기사: 용역은 쇠파이프로 때리고 고꾸라지자 밟아댔다)

직장폐쇄가 장기화하면서 2011년 7월 지회는 복귀 의사를 밝혔으나, 회사는 한 달 넘게 직장폐쇄를 유지하면서 노무 수령을 거부했습니다. 그 사이 회사는 제2노조를 설립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회와 제2노조 조합원을 차별합니다. 복귀 뒤, 지회 조합원 27명이 해고됐습니다. 이들 가운데 해고취소 판결로 복직했다가 다시 과거 쟁의행위를 이유로 재해고된 11명은 7년이 지난 올 10월에야 대법원으로부터 ‘재량권 남용이므로 해고는 무효’라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창조컨설팅이 2011년 5월부터 1년 동안 유성기업에 ‘노조 파괴’ 컨설팅을 해주고 번 돈만 6억원에 달합니다.

현대차도 빠질 수 없는 등장인물입니다. 유시영 회장의 1심 판결문에 현대차의 개입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데요. 판결문은 “경우에 따라서는 유성기업·창조컨설팅의 회의에 현대차의 요구에 따라 유시영 회장도 참석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의 ‘요구’에 따라 부당노동행위를 논의하는 자리에 유 회장이 참석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셈입니다.

아울러 법원은 유 회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핵심 증거로 든 창조컨설팅의 자문 문건 8건을 “현대차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됐다”고 적시했습니다. 현대차가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수시로 보고받았음을 인정한 겁니다. 사건 6년 만인 2017년 5월 하청업체인 유성기업과 공모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혐의(노조법 위반)로 현대자동차 법인 및 현대차 임직원 4명이 ‘지각’ 기소됐지만, 현대차가 “처벌 조항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재판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입니다. (▶관련 기사: ‘노조파괴’ 유성 판결문에 현대차 개입 정황 ‘뚜렷’...재정신청 받아들여질까?)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항소심이 열린 지난해 7월14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법원에서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재판이 끝난 뒤 의자에 앉아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끝나지 않은 고통…우울증·자살 잇따라

문제는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사쪽의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지회 조합원들이 반복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유 회장이 2017년 1심 유죄 선고 직후 유성기업 임직원에게 보낸 ‘담화문’을 보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유 회장은 “법원 판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심지어 1심 판결을 두고 “법의 잣대가 아닌 다중이라는 폭력에 위한(의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것이 결국 (2심 판결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쪽은 지회 조합원을 무더기 징계했고, 조합원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하나하나 법적 다툼을 해야 했습니다.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에 대해 법원은 “어용노조라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을 냈는데요. 회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2노조와 같은 사람들로 ‘제3노조’를 결성케 했습니다. 지회 조합원들과 제3노조, 그리고 회사 관리자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입니다. 지회 조합원들은 1천건이 넘는 고소·고발을 당하고, 또 이와 관련한 형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016년 6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앞에서 열린 '2016 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재벌개혁과 제조업발전특별법제정을 주장한 뒤 유성기업 고 한광호 씨를 추모하며 '꽃리 100리' 행진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현대차의 책임을 묻기 위해 현대차 사옥 앞에 분향소 설치를 요구했지만 현대차 직원과 경찰은 이를 저지했다. 김성광 flysg2@hani.co.kr
결국 지회 조합원들의 정신건강은 위험 수위에 달했습니다.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있었습니다. 2012년 12월에는 2011년 직장폐쇄 당시 사쪽 요구로 노조원들과 맞서는 구사대로 나서도록 내몰린 것으로 전해진 50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16년 3월에는 한광호씨가 노조 활동을 하다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 또 다른 징계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같은 해 10월 근로복지공단은 한씨의 죽음을 산업재해 사망으로 인정했습니다. 한씨가 수년 동안 노조활동과 관련된 갈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생겼고, 자살도 업무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2016년 8월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유성기업 직장 내 괴롭힘 및 인권침해 진상조사단’은 유성기업의 금속노조 조합원 241명(전체 3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67%가 지난 5년 동안 회사로부터 업무 관련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괴롭힘의 유형(복수응답)으로는 성과급·승진에서의 불이익(50.9%), 녹취 등 일상적 감시(53.4%), 사쪽의 고소·고발(52.1%) 등을 꼽았습니다. 특히 제2노조와 임금체계, 업무 배치 등에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82.9%에 달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개인 생활 및 인간관계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55.6%가 대화 단절 등 가족관계 악화를, 58.7%가 대인관계 및 사회활동 기피를 겪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신체·정신건강이 악화했다고 응답한 이들도 72.8%에 달했습니다. (▶관련 기사: 노조파괴 이후 유성기업 노동자 67% ‘직장내 괴롭힘’ 경험)

■ 보수 언론에는 보이지 않는 고통

<한겨레>는 2016년 3월 한광호씨의 죽음과 같은 해 8월 ‘유성기업 직장 내 괴롭힘 및 인권침해 진상조사’ 결과 발표 당시 보수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결과는 ‘없음’입니다. 보도 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일도 어찌 된 일인지 선고 당시에는 보수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기사에 대한 가치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지회가 말했듯 “(간부 폭행 사건에) 할애한 지면과 시간만큼 유성 8년의 투쟁을 보도했는지” 묻고 싶은 지점입니다.

금속노조 유성지회를 대리하는 김상은 변호사는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보수 언론은 그렇다 치고 정부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3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엄정한 법 집행’을 지시한 것을 두고 “지회에서 한달여 전 사쪽의 임금삭감 등을 고소했지만 (고용노동부는) 고소인 조사 자체를 안 하고 있다. 그런 노동부가 이 사건을 엄정대처하겠다고 말할 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작으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2012년 9월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문래동 창조컨설팅 사무실로 들러가려다 경찰에 강제연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하지만 정부, 보수 언론만 탓할 수 있을까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건 시민 대다수 역시 그동안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일들에 무관심했다는 사실입니다. 장하나 전 국회의원은 2016년 7월 <한겨레> 연재 글에서 이렇게 토로한 바 있습니다.

“지난 4년간 환노위에서 일하면서 부딪힌 가장 높은 장벽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거대 자본도 아니고, 자본을 비호하는 공권력도 아니었다. 왜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무관심한가, 왜 노동자를 탄압한 기업과 공권력에 분노하지 않는가, 이런 의문들이 나를 괴롭혔다. 왜 우리는 기업 또는 자본의 탐욕과 횡포, 횡령이나 탈세 같은 경제 범죄에는 관대하지만, 기업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일한 만큼의 대가를 주지 않거나, 함부로 해고하는 일들엔 무관심한지 알고 싶었다. 나는 그것이 유성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가기 : 나는, 정치는 왜 한광호의 죽음을 막지 못했을까)

“주인이 머슴을 때리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머슴이 주인을 때리면 뉴스가 되는 것 같다”는 도성대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의 말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이유진 장예지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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