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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6 20:54 수정 : 2018.11.17 08:53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과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더(the) 친절한 기자들]
국회 경색 계기 된 ‘조명래 장관 임명’
청와대 “인사검증 7대 기준 위배한 장관 없다” 주장에
한국·바른미래 “하나 마나 한 기준으로 면죄부” 비판
문재인 정부 장관들 ‘7대 기준’ 위반 없지만 의혹·도덕성 논란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문제, 여야 타협으로 풀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과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공직자 검증 기준이 아니라 사법적 처벌 기준이다. 이런 하나 마나 한 기준으로 (부적격 공직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7대 기준’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취지의 지적을 했습니다. 지난 14일 청와대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 중 7대 배제기준에 위배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하자 이를 비판한 것입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전날 “청와대의 황당한 주장에 소가 웃을 일이다. ‘배제’ 기준이 아니라 ‘인사’ 기준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했습니다. 보수 야당은 청와대가 7대 기준을 느슨하게 마련해놓고 각종 의혹이 있는 후보자를 임명한 뒤 떳떳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합니다. 인사검증 7대 기준은 무엇이고 왜 논란이 되는 걸까요.

1. 7대 기준이 뭐길래?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초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11월 ‘인사검증 7대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 7개 항목에 각각 세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위장전입은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자녀 학교배정 등 목적으로 2회 이상’ 한 경우 임용에서 배제한다는 겁니다. (7대 기준 전문은 기사 맨 아래에 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기준이 ‘범죄 경력자’를 배제하는 수준일 뿐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공직자 임용 기준’으로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병역기피’ 배제 기준을 보면, 본인 또는 직계비속이 ‘입영 기피 등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경우', ‘병역회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우리 국적을 포기한 경우’, ‘고의 또는 불법적으로 병역을 면제받거나 복무 관련 특혜를 받은 경우’입니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병역 회피로 실제 처벌을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군 면제인데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아서 괜찮다는 말이냐”라고 말했습니다.

‘세금탈루’도 청와대가 제시한 배제 기준으로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경우, 고액·상습체납자로 명단 공개된 경우입니다. ‘불법적 재산증식’은 공직자윤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한 경우 배제 대상입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위장전입과 자녀 이중국적 문제 의혹, 다운계약서 의혹, 증여세 늑장 납부 및 탈루와 쪼개기 의혹, 부동산 불법증여 의혹 등이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병역법이나 조세범 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통령은 생색내고, 청와대는 하나 마나 한 인사기준을 만들어서 면죄부 기준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을 다시 만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2. 공직 후보자들, ‘7대 기준’은 피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은 7명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입니다. 양승동 <한국방송>(KBS) 사장까지 포함하면 8명입니다. 청와대는 “이 8명의 검증 과정에서 7대 기준에 위배된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기준 자체도 발표 당시에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예컨대 인사청문회의 단골 소재인 ‘위장전입’의 경우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의 선호학교 배정 등을 위한 목적”, “2회 이상”이 모두 해당돼야 배제 기준에 해당됩니다. 또 실정법 위반이 확인된 경우에 한정했습니다.

최근 임명된 유은혜 부총리와 조명래 장관의 자녀 위장전입은 각각 1996년, 1994~95년이었습니다. 그 전에 임명된 송영무 국방부 장관(1991년 음주운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2000년 딸 위장전입),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1994~96년 3차례 딸 위장전입)도 이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때문에 청와대가 7대 기준을 발표했을때, 당시 논란이 됐던 장관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7대 기준 외에도 여러 논란은 있었습니다. 조명래 장관은 위장전입 외에도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을 사과했고, 아들에게 수천만 원을 증여했다가 후보자 지명 이후 증여세를 납부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7대 기준을 제시하면서 “위의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각각의 비리와 관련하여 고의성, 상습성, 중대성 등이 있는 경우에는 임용을 배제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9월 헌법재판관 임용과정에서도 청와대의 7대 기준이 논란이 된 적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헌법재판관은 위장전입 3건 중 2건이 2005년 7월 이후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은애 헌법재판관도 2007년 이후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을 모두 임명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문제 삼자 청와대는 “입법·사법부가 추천·지명한 후보자를 청와대가 인사 검증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야당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하는 게 타당한 일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16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전북 군산 회현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이 학교 출신 선배인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왼쪽)가 국회 현관 앞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때마침 이 앞을 지나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오른쪽),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3. 문제는 협치

사실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공직자가 9명입니다.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비판했습니다. 공수 입장이 바뀐 것뿐입니다.

또 새로운 인사가 임명될때마다 야당은 ‘낙마’에 집중하고 여당은 무조건 ‘엄호’에 나서는 것도 유사한 풍경입니다. 공직자로서의 윤리와 자질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경우엔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비전보다는 인신공격으로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은 모든 정권에서 반복되어온 패턴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때 임명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리하고 정책 중심 인사청문회로 바꾸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산하에 인사청문제도개선소위원회를 두기로 했습니다. 이참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 바람직한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청와대의 인사검증 7대 기준을 문제 삼는 것은 사실 근본적으로는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여야정협의체가 열렸고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 12개 현안에 합의했습니다. 모처럼 협치의 문이 열리는가 했더니, 지난 9일 문 대통령이 김수현 정책실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임명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강력히 반발하며 국회가 급속도로 냉각됐습니다. 두 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을 ‘패싱’하고 독단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다”며 15일 예정된 본회의에 불참하며 ‘실력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볼모로 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두 야당을 비판했습니다. 두 야당은 정부·여당에 인사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 사퇴 및 대통령 사과,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국정조사 수용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도 있습니다. 결국은 서로가 양보하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20대 국회가 다당제가 되면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말한 단어는 아마도 ‘협치’일 것입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어 검증 기준을 청와대 쪽에 제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어떻게 ‘협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할 때입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고위공직후보자 인사검증 7대 기준(17.11.22)

1. 다음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에는 임용을 원천 배제함

① 병역 기피

- 본인 또는 직계비속이 도망, 신체손상, 입영기피 등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

- 본인 또는 직계비속이 병역회피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거나 우리 국적을 포기한 경우

- 본인 또는 직계비속이 고의적 또는 불법적으로 병역을 면제받거나 보직 등 복무와 관련하여 특혜를 받은 경우

② 세금 탈루

- 본인 또는 배우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 공제를 받아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

- 본인 또는 배우자가 국세기본법 및 지방세기본법에 따라 고액·상습 체납자로 명단이 공개된 경우

③ 불법적 재산증식

- 본인 또는 배우자가 공직자윤리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하여 부동산 및 주식·금융거래와 관련하여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거나 타인이 이용하게 한 경우

④ 위장전입

-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의 선호학교 배정 등을 위한 목적으로 2회 이상 위장전입을 한 경우

⑤ 연구 부정행위

-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제정된 07년 2월 이후 학위논문(박사), 주요 학술지 논문(해외 : SCI 및 SSCI급, 국내 : 등재지 이상), 공개 출판 학술저서에 대해 연구 당시 연구자가 소속된 기관에서 표절·중복게재 또는 부당 저자 표시 등 연구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판정한 경우

- 07년 2월 이후 연구 부정행위 또는 연구비 부정사용으로 처벌된 사실이 있는 경우

⑥ 음주 운전

- 최근 10년 이내에 음주 운전을 2회 이상 한 경우

- 최근 10년 이내 음주 운전을 1회 한 경우라도 신분 허위진술을 한 경우

⑦ 성 관련 범죄 등

- 국가 등의 성희롱 예방 의무가 법제화된 96년 7월 이후, 성 관련 범죄로 처벌받은 사실이 있는 등 중대한 성 비위 사실이 확인된 경우

2. 위의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각각의 비리와 관련하여 고의성, 상습성, 중대성 등이 있는 경우에는 임용을 배제함

3. 임용예정직무와 관련된 비리와 관련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함

- 병역 기피 : 외교·안보 분야 등

- 세금 탈루 : 재정·세제·법무 분야 등

- 불법적 재산증식 : 재정·세제·산업·법무 분야 등

- 위장 전입 : 재정·세제·국토·행자·교육 분야 등

- 연구 부정 : 교육·연구 분야 등

- 음주 운전 : 경찰·법무 분야 등

- 성 관련 범죄 등 : 인권·여성 분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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