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4 18:30
수정 : 2019.02.24 19:22
방향을 모르고는 우리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다. 앞으로 가야 할지 뒤로 가야 할지, 아니면 주저앉아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든지, 저 산 넘어 가든지, 길을 따라가든지 어떻든 ‘방향’이 분명해야 나아갈 수 있다. 이를 기하학적으로 나누어 방향의 기준을 설정한 것이 ‘방위’라는 개념이다.
방위의 기본은 동서남북이다. 그리고 그 사이의 방위는 각각 동남, 서남 등등으로 표현한다. 또 북북서, 동동남 하며 더 촘촘한 이름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방위 명칭의 표준이 불분명하다. 누구는 ‘동남’이라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남동’이라 한다. ‘동북쪽’인지 ‘북동쪽’인지도 헛갈린다. 남북 축과 동서 축 어느 것을 우선하느냐의 차이로 보인다.
일상어의 경우를 보면 동서 축이 더 일반적이다. 한때 이름을 날렸던 미국의 노스웨스트항공사의 이름을 ‘서북항공’이라 번역했지 ‘북서항공’이라 하지는 않았고 한국 주변을 ‘동북아시아’라고 하지 ‘북동아시아’라고 하지 않는다. 지역 이름을 부를 때와 일기예보를 할 때, 또 공군에서 사용하는 방위 명칭, 지도 편찬, 일부 외국어 번역 등등 경우에 따라 혼용이 심하다. 이제 각종 ‘앱’을 이용해서 종횡무진 운전하며 돌아다니게 될 텐데 방위 이름만큼은 소비자 중심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옳겠다.
덧붙여 사족을 단다면 ‘종단’과 ‘횡단’이란 용어도 가려서 썼으면 한다. 일부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 이 두 단어를 혼용한다. 예를 들어 ‘몽골횡단철도’라는 말이 나오던데 몽골의 철도는 남북을 질러가는 종단철도뿐이고 동서를 가르는 횡단철도는 없다. 가로로 질러간다는 ‘횡단’을 그저 관통한다는 뜻으로 알고 쓰는 모양이다. 앞으로 러시아에서 북한을 거쳐 우리와 남북 방향으로 연결될 철도 역시 한반도 ‘종단’ 철도이지 ‘횡단’ 철도는 아니다.
김하수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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