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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사전 편찬이라 하면 으레 학자들이나 출판사가 나서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 국어사전은 국가 기관인 문화부 산하의 국립국어(연구)원이 나서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사전이 정부의 지원으로 편찬 중에 있다. 바로 통일부에서 지원하는 ‘겨레말큰사전’이라는 ‘작품’이다. ‘겨레말큰사전’은 남과 북이 공통 국어사전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야 통일 이후에 유용할지를 미리 설계해보는 사업이다. 이 사전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오해가 있다. 무엇보다 남과 북의 언어를 한방에 통일하는 사전이라는 오해가 가장 크다. 실제 사용을 목표로 한 그러한 사전은 공통의 규범이 정해진 다음에야 가능하다. 아마 이번 사전은 ‘서로 수용 가능한’ 공통 규범과 그 현실성을 검토하는 사전이라 말하는 게 옳을 듯싶다. 통일사전은 그러한 단계 없이 툭 하고 하늘에서 떨어질 수 없다. 독일은 분단 이전에 이미 공통된 규범을 완비했기 때문에 이러한 단계가 필요 없었다. 혹자는 그게 무에 그리 중요하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통일이 되면 남과 북의 사전을 그냥 합해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비꼬기도 한다. 그것은 남과 북의 철도를 마주 이어만 놓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단순 논리이다. 또 너무 많은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문에는 그간의 사전 편찬 진행을 힘들게 한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아보라고 넌지시 일러주고 싶다. 이 사전의 ‘편찬사업회’는 법정 사업 기관이기는 하나 시한이 정해져 있어 시간이 지나면 국회가 그때마다 기간을 연장해주어야 한다. 오랫동안 남과 북의 관계가 경직되어 있다가 이제야 기지개를 켜면서 다시 걸음을 내디디려 한다. 사업 기간도 국회에서 다소 여유를 주었다고 한다. 남은 기간에 그동안 밀렸던 행보를 힘차게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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