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3.25 17:46 수정 : 2018.03.25 19:09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믿고 있는 중요한 ‘대전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말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다. 이 전제가 무너지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거짓이어도 대화가 된다면 그것은 개그, 희극, 농담하기, 수수께끼 등과 같은 특정한 연희에서만 가능하다.

거짓이 아닌 것을 우리는 ‘사실’이라고 하며 모든 의사소통과 정보 전달의 기본 윤리로 삼고 있지만 근간의 정보 전달 체계에서는 이 ‘진실성’이 크게 흔들리며 ‘가짜뉴스’가 번지고 있다. 모든 지식과 정보의 전달 과정에는 전달자의 ‘경험’과 ‘판단’이 쉽게 개입한다. 게다가 워낙 많은 정보가 엄청난 속도로 전달, 분배되고 또 순식간에 재분배되고 있어서 그 통제가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이러한 통신 체계가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들의 수중에 있기도 하다.

사회 통신망을 떠도는 수많은 가짜뉴스를 막고자 양심과 도덕심에 호소해 봤자 소용이 없다. 비양심적인 뉴스도 많지만 자기 나름 확신을 가지고 쓰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이성과 감성이 뒤섞이고, 현실과 희망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주장의 사실 여부는 그때그때 팩트체크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또 더 나아가 진실한 정보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서둘러야 하겠다.

사회 통신망 덕분에 보통 사람들이 공공의 세계에 목소리를 내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가짜 정보의 홍수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모처럼 얻은 ‘대중의 지배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을 외쳐도 가짜 정보를 차단하지 못한다면 힘겹게 공공 영역에서 목소리를 높여 가던 대중은 또다시 소외될 것이고 새로운 기술의 시대는 일부 지배 엘리트들이 자기들끼리만 건너가는 또 하나의 피안의 세계가 될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말글살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