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2.25 17:28 수정 : 2018.02.25 19:26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말은 일정한 동작을 동반한다. 그래서 말할 때는 표정, 손짓, 고갯짓 따위도 마치 언어의 한 부분인 것처럼 의미 있게 사용하게 된다. 달리 말한다면 말이란 것은 소리와 몸짓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오로지 언어만으로 깊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 ‘느낌’과 ‘의미의 여운’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화권의 특색이나 역사적 경험에 따라 특정한 행동을 말에 곁들이는 전형적 표현 방식들이 드물지 않다. 반가울 때 손을 잡는다든지 종종 껴안거나 뺨을 부비기도 하고 또 신뢰감을 보여주기 위해 어깨를 툭툭 치기도 하고 약속을 강조하기 위해 손가락을 걸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한다. 흔히 서구 사람들은 호의를 나타낼 때 상대방의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는데 우리의 풍속으로는 도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반대로 우리는 마음에 드는 손아랫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에서는 이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니 대화 중에 상대의 몸에 손을 대려면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화적인 유산도 아닌 개개인의 나쁜 손버릇이 마치 무슨 의미 있는 표현이었던 양 이런저런 변명에 이용되는 것은 여간 기가 차는 일이 아니다. 이성의 제자한테 ‘격려차’ 혹은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가슴을 툭툭 쳤다? 어찌 이런 동작이 격려라는 언어활동과 연동이 되는가? 위계질서의 우위를 차지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의 몸에 동의 없이 손을 대었다는 것은 폭력의 한 형태이다. 폭력을 행사하고 마치 자연스러운 언어 표현의 한 방식인 양 억지를 부린다. 폭력을 행사하고 ‘사랑의 매’였다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말글살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