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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0 20:23 수정 : 2017.08.20 20:28

호기롭고 자신 있게 하는 말을 호언장담이라고 한다. 매사에 호언장담을 잘하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볼 때 부럽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공직자들이 그런 말을 쏟아내면 오히려 불안감이 들 때가 더 많다. 특히 정보를 독점한 사람들의 호언장담은 믿어야 할지 의심해야 할지 심란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가장 유명한 호언장담은 6·25 전쟁 직전에 당시 우리의 군 수뇌부 인사의 발언이었다. “(남과 북이 전쟁을 벌이게 되면) 아침은 개성에서 먹고,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며 엄청난 ‘뻥’을 터뜨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터진 전쟁에서는 도대체 어떤 판이 벌어졌는가? 전선의 붕괴는 이렇게 무능한 지휘부의 망상과 허위의식이 중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의 핵무장이나 미사일 실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걱정이 되는 것은 충돌의 가능성이나 우리 측 무장의 열세가 아니라 안보 관계자들의 지나친 호언장담일 때가 더 많다. 몇 해 전부터 북에서 도발적인 일을 벌일 때마다 무슨 ‘참수’ 작전이니 지하 벙커를 박살낼 수 있는 무기니 하는 호언장담을 얼마나 자주 했는가? 그렇게 큰소리쳐 놓고 나서 진짜로 괌섬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받으니 이제 와서야 그게 가능하겠냐는 둥, 그럴 리가 없다는 둥 하며 은근히 꽁무니를 빼고 있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자고로 믿음직한 장수는 입을 그리 가볍게 놀리지 않는 법이다. 오히려 말을 아끼며 적이 외통수에 걸려들기만을 끈질기게 기다릴 뿐이다. 가볍게 입을 놀리는 짓은 사실 잔뜩 겁먹은 졸장부들의 불안감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 진용을 갖춘 안보 관계자들은 부디 호들갑스럽지 않게 안보 체계를 다듬어 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안보에 대한 보도 역시 좀 더 진중했으면 좋겠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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