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글살이] 한글박물관/ 강재형 |
1443년 훈민정음 창제, 1445년 용비어천가 지음, 1446년 훈민정음 반포, 1894년 갑오개혁 때 조선공식문자로 ‘국문’ 채택. 1907년 ‘국문연구소’ 설치. 1911년 일제의 ‘조선교육령’에 따라 ‘국어’의 자리를 일본어에 빼앗기며 ‘조선어’가 됨. 1921년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 창립, 1926년 ‘가갸날’(한글날) 제정, 1933년 ‘한글마춤법(맞춤법)통일안’ 발표. 1940년 일제에 의해 우리글 책 출판 금지, 1942년 조선어학회 수난 사건 발생. 1957년 한글학회 ‘우리말큰사전’ 완성함. 1990년 국립국어연구원(국립국어원) 설치, 2005년 국어기본법 발표, 2014년 국립한글박물관이 문을 엶.
한글박물관을 훑어보며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 나온 1948년 1학년 국정교과서 이름은 ‘바둑이와 철수’이고 주인공은 철수, 순이, 영이, 바둑이라는 것. ‘ㅏ’는 ‘위 아’, ‘아래아’(ㆍ)는 16세기 이후 글 교재로 쓰인 ‘언문 반절표’의 순서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ㄱㆍ’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것. ‘나랏말ㅆㆍ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서문의 글자 수는 108개로 세종대왕의 불심이 담겨 있다는 것. 정조를 비롯한 임금과 김정희 등 양반도 한글을 썼다는 것 따위다.
박물관 1층에 있는 도서관 한쪽 벽을 밀면 벽이 스르르 돌아가며 숨겨진 공간이 나온다. 벽이 책꽂이가 되는 ‘비밀방’은 어린이들이 재미있어할 곳이다. 2층의 상설전시실, 3층 특별전시실과 한글놀이터의 꾸밈도 눈길을 끈다. 시시콜콜한 재미를 안겨주는 전시를 본 뒤 ‘한글박물관은 문자뿐 아니라 문화를 다루는 주제 박물관’이라는 담당자의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야기엮기(스토리텔링) 방식의 전시 연출 덕분이다. 관람을 마친 뒤 박물관 직원 여럿에게 물었다. ‘전시물 가운데 딱 하나 골라 자랑할 게 있다면?’ 답은 이구동성이었다. ‘정조 어필 한글 편지첩’. 백성은 물론 사대부와 임금도 한글을 썼다는 증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글박물관은 9일부터 관람객을 맞는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