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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30 18:47 수정 : 2014.03.30 18:47

“선생님,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방송이!” 방송 자막을 보고 문제점을 따져보라는 숙제를 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학생들의 답이란다. 청소년들의 눈총이 회의장 여기저기에 꽂히는 것 같았다. 이런 현상을 전한 경희여중 교사 강용철씨는 ‘내가 만든 자막을 내 아이가 보고 있다는 마음, 훌륭한 언어 인식 능력을 가진 시청자들이 온화한 미소와 냉철한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마음, 한글과 한국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자긍심을 생각하는 마음’을 떠올리며 모범적인 방송 자막을 만드는 데 애써달라는 당부를 제작진에게 전하기도 했다. 지난주 열린 ‘언어문화 개선 범국민연합 토론회’에서 ‘방송 자막 오류 개선을 위한 자막 맞춤법 교정기 도입 방안’ 발표와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다.

자막이 많아지면 잘못이 생길 가능성도 따라서 늘기 마련이다. ‘자막 홍수’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에 자막을 줄일 수도 없는 일이다. 자막 오남용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방안이 제시·시행되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자막 맞춤법 검사기 도입’을 제안했다. 방송인의 소양 계발과 재교육 따위의 ‘정서적’ 접근이 아닌 전산 언어학 기술을 활용한 ‘기술적’ 접근으로 자막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맞춤법 교정기를 시험 운용한 연구 결과도 의미 있다. ‘인식의 전환’이 자막 오류의 80% 가까이를 바로잡은 것이다.(문화방송 우리말위원회, 2004)

자막 맞춤법 교정기 설치의 기대효과는 ‘자막 오류 개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먼저, 자막 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노력을 제작에 오롯하게 쏟아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방송 자막기와 맞춤법 검색·교정 엔진을 비롯한 관련 산업 발전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선뜻 해결하겠다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 문제의 해법을 자막 맞춤법 교정기는 보여준다. 기대효과는 크고 예상되는 부작용이 없는 길이라면 성큼 내디딜 일이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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