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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27 19:21 수정 : 2013.10.27 19:21

오감이라는 게 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나이 들수록 무뎌지는 게 감각이라는 것을 알기에 잘 보고 듣고 맛볼 수 있는 하루하루를 고맙게 여기며 살아간다. 휘황한 조명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공연장에서, 살아 있는 소리가 찰랑대며 휘감아 도는 음악회장에서 더욱 느낄 수 있는 감사함이다. 가림막 걷힌 숭례문을 바라볼 때도 그랬다. 먼발치에서 보면 용마루의 웅장함이, 가까이 다가가 보면 자연스러운 돌벽의 질박함과 처마 끝 단청의 아름다움이 보였다. 그 아름답던 단청이 지금은 문제투성이가 되어 우리 앞에 서 있다.

‘단청’(丹靑)은 옛날식 집의 벽, 기둥, 천장 따위에 여러 빛깔로 그림이나 무늬를 그린 그림이다.(표준국어대사전) 단청은 안료를 만드는 광물질인 ‘단사’와 ‘청확’을 붙여 이르는 말로 ‘단확’, ‘단벽’, ‘단록’이라고도 한다.(브리태니커) 단청에는 글자에서처럼 붉음(丹)과 푸름(靑)만 있는 게 아니다. 파랑(동), 하양(서), 빨강(남), 검정(북), 노랑(중앙)인 ‘오방색’을 바탕으로 다양한 빛깔을 담고 있다. 단청의 기능은 아름다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옹이를 가리고 해충과 부식을 막아 목재의 단점을 보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숭례문 단청 작업에는 일본산 안료 11종이 쓰였다고 한다. 군청(남색), 삼청(하늘빛과 같은 푸른빛), 양록(진한 초록), 뇌록(잿빛을 띤 녹색), 주홍(붉은빛 띤 주황), 장단(주홍보다 약간 밝은 빛, 광명단), 황(황토색), 하엽(초록색), 연백(흰색), 호분(흰색), 먹물(검정)이다. 괄호 안 풀이는 따로 찾아 넣은 것이다. 색이 아닌 안료 이름이기는 하지만 한자어 이름이 학창 시절에 본 ‘먼셀 표색계’ 기호처럼 낯설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전통 빛깔 어휘 231개를 모아 90개로 정리해 이름과 번호를 매긴 ‘한국 전통표준색명표’는 그래서 의미 있다. 치자색, 분홍색처럼 쉬운 말이 더 많았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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