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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살이] 야구공 뜨기 |
땅볼이 된 공은 무조건 새것으로 바꾸고, 선수 마음에 안 들어도 바꾼다. 관중석으로 날아간 것은 찾지 않고, 비가 내리면 소요량이 훨씬 많아진다. 국내 프로야구의 공인구 얘기다. 한 경기에 쓰이는 공은 평균 120개, 한 달에 구단별로 3000개 정도 새 공을 쓴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옛날엔 애지중지 아껴 쓰던 게 공이었다. 솔기 터진 것 꿰매 쓰는 게 태반이어서 빨간색뿐 아니라 파란색, 녹색 실로 기운 공은 물론이고 누덕누덕 짜깁기한 것도 있었다.”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는 왕년의 명투수 누구의 회고다.
야구공은 고무나 코르크를 실로 감아 가죽으로 감싸 만든다. 둥근 핵을 실로 감싸 타래로 만드는 일은 기계가 하지만 가죽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15분에 하나씩 뚝딱 만들어내는 숙련자도 하루에 서른 개를 만들기 어렵다는 야구공. 바늘로 땀땀이 떠가는 횟수는 매듭지을 때 4번을 빼면 216번. 그렇게 완성된 갈매기 모양의 실밥은 108개가 된다. 메이저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 류현진이 승리를 따낼 때 투구 수는 108. 불교 영향 받았을 리 만무이지만 백팔번뇌가 떠올랐다.
한국과 미국의 ‘가을 야구’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야구공, 그중에서도 사람 손길로 한땀 한땀 떠내는 야구공 바느질에 눈길이 갔다. 두 겹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지게 박는 ‘누비기’, 헝겊을 겹쳐 바늘땀을 성기게 꿰매는 ‘호기’, 가장자리나 솔기를 실올이 풀리지 않게 용수철이 감긴 모양으로 감아 꿰매는 ‘감치기’, 헝겊의 시접을 맞대어 바늘을 양쪽에 접힌 시접 속으로 번갈아 가며 실 땀이 드러나지 않게 속으로 떠서 꿰매는 ‘공그르기’, 실을 곱걸어서 꿰매는 ‘박기’. <조침문>에 나온 바느질의 여러 방법이다. 야구공 바느질은? “가죽 잇대어 꿰매는 것이니 딱히 뭐라 하기 어렵다. 굳이 방법을 말한다면 ‘야구공 뜨기’쯤 되겠다.” 의상 전문가의 답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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