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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살이] 얼룩빼기 황소 |
한가위가 코앞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신경 쓰이는 선물이다. 추석 인기 선물이 예년과 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봄철 일조량 부족과 긴 장마 탓에 과일 같은 신선식품은 지난해만 못하고 일본 방사능 유출 영향으로 수산물을 찾는 발길이 작년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게 한우선물세트이다. 한 대형마트의 한우세트 판매는 전년에 비해 80퍼센트 늘었다고 한다. 어느 식당 차림표에서 ‘얼룩배기 황소 된장찌개’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 것은 이 소식을 들은 뒤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룩배기’와 ‘얼룩백이’는 얼룩빼기의 잘못이다. ‘-빼기’는 ‘그런 특성이 있는 사람이나 물건’ 또는 ‘비하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로 곱빼기, 밥빼기(동생이 생긴 뒤에 샘내느라고 밥을 많이 먹는 아이), 코빼기(‘코’를 속되게 이르는 말), 악착빼기(몹시 악착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처럼 쓰인다. 얼룩빼기는 ‘겉이 얼룩얼룩한 동물이나 물건’이니 얼룩빼기 황소는 얼룩소의 하나이다. ‘얼룩 황소’가 왠지 이상하게 들린다면, 황소를 털 빛깔이 누런 누렁소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황소는 큰 수소이다. 황소에는 얼룩빼기도 있고 검은 것도 있는 것이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얼룩빼기 황소’, 동요로 널리 알려진 박목월의 시 ‘얼룩송아지’에 등장하는 ‘얼룩소’는 어떤 모습일까. 바둑이처럼 생긴 젖소? 아니다. ‘향수’는 1927년에 발표되었고 ‘얼룩송아지’는 1948년 국정 음악교과서에 처음 수록되었다. 이 땅에 젖소가 들어온 때는 1902년이지만 얼룩무늬의 홀스타인 종은 1962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최신축산경영학>) 시기를 따져보면 ‘얼룩빼기 황소’, ‘얼룩소’는 온몸에 칡덩굴 같은 어룽어룽한 무늬가 있는 ‘칡소’이다. 엊그제 ‘전통 칡소 고기 품질 탁월’이라는 ㅎ대학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우선물세트 인기에 칡소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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