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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살이] 有感(유감) / 우재욱 |
우리 말살이에서 한자가 많이 사라졌다. 부모, 학교, 비행기, 도로 등의 낱말은 한자라는 옷을 벗어버리고 순우리말이나 다름없이 쓰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한자말이 이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자어를 한글로 적으면 조금 헷갈리는 말들이 있다. 이런 문제는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핑곗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도 한글로 자꾸 쓰면 익숙해질 것이다. 아니면 다른 말로 바꿔 써도 좋을 것이다.
“호남·충청 총리론 有感” 중앙 일간지 칼럼 제목이다.
한글로 ‘유감’이라고 써놓으면 두 가지 말이 떠오른다. ‘有感’과 ‘遺憾’이다. 칼럼에서는 혼동을 막기 위해 한자로 ‘有感’이라고 확실히 해둔 것 같다. 그런데 확실히 해둔다는 게 거꾸로 되고 말았다. 사전은 ‘有感’은 ‘느끼는 바가 있음’으로, ‘遺憾’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으로 풀이하고 있다. 칼럼은 ‘호남·충청 총리론’에 대해 부정적으로 쓰고 있다. 그렇다면 ‘遺憾’으로 써야 옳다.
有感은 감정중립적인 말이다. 좋은 감정이든 아니든 단순히 ‘느끼는 바가 있음’이다. 그러나 遺憾은 언짢거나 마뜩잖은 느낌이다. 마뜩잖은 느낌을 감추고 중립적으로 표현하려고 의도적으로 ‘有感’을 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제 이런 말은 한글로 쓰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 遺憾은 ‘마뜩잖아’ 또는 ‘언짢아’로 써도 괜찮을 성싶다. 한자가 주는 적합성이라는 것도 사실은 주관적 편견일 경우가 많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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