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중견 건설업체인 성원건설이 채권은행 상시평가에서 D등급 판정을 받음에 따라 금융권에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괴담 수준에 머물던 프로젝트파이낸싱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금 우리 경제가 폭풍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건설업체의 부실화는 이제 거의 기정사실이다. 무리한 밀어내기식 분양, 총부채상환비율 규제 강화에 따른 거래수요의 위축,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수요의 근원적 정체 등이 건설업체의 목을 조르고 있다. 건설업체의 부도는 수많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의 동반부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다. 그런데 건설회사의 부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파이낸싱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금융기법에 의해 금융권 특히 저축은행의 부실로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금융권이 건설업계에 제공한 프로젝트파이낸싱의 규모는 약 80조원을 웃도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 한 몸 추스르기도 벅찬 저축은행이 비 맞는 건설업체에 우산을 제공하는 구세주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나는 건설업체를 위해 한도 끝도 없이 건설 수요를 창출해 주는 것이다. 토목공사도 확대하고 주택 규제도 다 풀고 미분양 아파트 사는 착한 사람들에게는 선물도 푸짐하게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적 시혜로 문제를 푸는 것은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고,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혜가 중단되면 또다시 문제가 불거진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다른 방법은 시장 논리를 곧이곧대로 추종하는 것이다. 망할 기업은 망하고 흥할 기업만 돈 벌라는 것이다. 건설업체가 부도가 나건 말건, 또 저축은행이 파산하건 말건 정부는 개별 기업의 흥망에는 관심을 끊고 엄정한 심판자 노릇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보수주의 경제논리에 잘 부합하는 해결책이다. 따라서 집권 여당이 진정 보수주의 경제학의 신봉자라면 이 정책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상황이 그렇게 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마지막 방법은 “통제된 파산”을 추진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은 망하게 하되 그 여파가 체제적 위기로 증폭되지 않도록 정부가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공적자금을 들고 건설업계와 저축은행 업권을 정비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적자금의 조성이다. 저축은행과 관련한 예금보험기금이 바닥난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의 조성이 필수적이다. 공적자금의 조성은 또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금융감독 당국이 국회에 와서 국민의 대표에게 납세자의 호주머니를 털 것을 요청하려면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거의 틀림없이 이 과정을 통해 왜 부실이 발생했는지,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그 크기를 축소할 수는 없었는지, 부실에 책임이 있는 경제관료들은 누구인지 등등의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 논란은 금융감독 당국의 입에는 쓰겠지만 앞으로 제대로 된 금융감독을 위한 중요한 보약이 될 것이다. 최근 한은 총재의 임기 만료가 가까워 오면서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중에는 금융감독을 담당했던 사람들도 있고, 이번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했던 사람들도 있다. 과연 이분들이 우리 경제의 곳간지기를 해도 될 것인지 서민들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