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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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동아시아 때리기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의 위안화가 저평가되어 미국의 수출부문이 불이익을 겪고 있다며 또다시 위안화의 절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도요타 죽이기라는 항변 속에서,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문제와 관련하여 미 의회가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바야흐로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로 인한 심각한 실업 문제로 정치적 궁지에 빠진 오바마 정부가 제조업 수출 증가를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노선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세계적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각국 사이의 무역분쟁이 격화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바이아메리칸 조항이나 중국산 철강과 타이어에 대한 덤핑 판정 등 보호주의의 흐름도 가시화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대만에 무기수출 계획을 발표하고 달라이라마를 면담하여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도 이미 지난해 12월 미국 국채 보유를 342억달러나 줄였고, 이달에는 미국산 닭고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대공황의 끔찍한 경험이 보여주듯,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는 국제무역시스템을 뒤흔들어 세계적인 경기회복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위안화의 환율이 아니라, 달러화와 국제통화체제의 미래도 무척이나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금은 세계경제의 안정적인 회복을 위해 국제적 타협과 세계적 차원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2000년대 이후 심화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글로벌 불균형이란 미국의 엄청난 경상수지적자와 흑자국으로부터 미국으로의 자본이동을 의미하는데, 이는 미국의 거품을 부추겨 이번 금융위기의 한 배경이 되었다고도 한다. 실제로 1998년 국내총생산(GDP)의 2.4%였던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2006년에는 지속불가능한 수준인 6%까지 상승했던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불균형의 뿌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함께 전개된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였다. 미국은 1980년대 그리고 동아시아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자유화와 개방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를 추진했고, 이는 두 지역 모두의 소득분배를 악화시켰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변화가 미국에서는 금융규제완화를 배경으로 거품 확대와 빈곤층도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과다한 지출로 이어진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노동자의 임금과 내수를 억누르고 수출에 매달리는 대외의존적 성장전략을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한동안 미국의 과잉소비가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끌었고 동아시아가 벌어들인 달러는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갔지만 이러한 구조는 불안정했고 결국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글로벌 불균형의 진정한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빚을 내서 이루어진 미국의 과잉지출을 억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위기로 인해 정부의 적자는 커졌지만 사적 부문의 저축률이 투자율을 웃돌아 국내총생산에서 경상수지적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4.9%, 2009년 2분기에는 2.8%로 감소하고 있다. 부채 억제와 금융규제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구조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불균형의 다른 한 축인 동아시아는 좀더 평등한 소득분배에 기초하여 내수와 국내투자를 촉진하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왜곡된 세계경제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때리기가 아니라, 미국과 동아시아 경제 모두의 구조개혁, 그리고 지혜로운 국제공조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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