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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30 21:43 수정 : 2009.12.30 21:43

이강국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

새천년의 첫 10년이 저물고 있다. 지난 10년은 신경제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장밋빛 기대로 시작했지만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와 전세계적 금융위기로 막을 내리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0년 동안 미국의 주식시장 수익률은 연평균 -0.5%를 기록해 대공황 시기였던 1930년대보다도 낮았다. 이는 물론 2000년의 주식시장이 거품으로 과대평가되어 있었던데다 2008년 금융위기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주가가 급반등했지만 이 또한 상당 부분 거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아무튼 격동의 시기였던 새천년의 첫 10년은 금융시장에는 최악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금융위기로 인해 이제는, 금융시장은 항상 효율적이라는 뿌리 깊은 믿음도, 정부는 가능한 한 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보수적인 통념도, 그리고 미국식의 금융시스템이 최고라는 환상도 모두 파산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경제는 언제나 불안정하고 위기로 치닫는 경향이 있으며 고도로 발달된 현대의 금융자본주의에서는 이러한 불안정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비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융위기는 모습과 장소가 다를 뿐 항상 반복되었다. 메릴랜드대의 카먼 라인하트 교수와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수백년간의 금융위기 역사를 집대성한 최근 저작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에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도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발생했던 금융위기들과 비슷한 것이라 분석한다. 지속되는 경기 호황과 거품 발생 그리고 사람들의 낙관에 기초한 과도한 부채의 증가가 언제나 금융위기 발생의 공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언제나 이번만은 과거와 다르다고 위기의 가능성을 부정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에는 많은 이들이 세계화, 기술발전, 금융시스템의 진보, 통화정책의 발전 그리고 부채의 증권화 등을 배경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물론 현실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고, 결과는 버블의 붕괴와 금융시스템의 파산, 그리고 ‘대불황’이라 하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불황이었다. 저자들은 이렇게 오랜 금융위기의 역사가 보여주는 경고의 메시지를 미리 읽고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 물론 아무리 경제제도와 정책이 발전해도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 없으며, 아무리 잘 규제되는 금융시스템도 탐욕에 찬 이윤추구와 잘못된 정치가 겹치면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지난 10년의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과연 무엇을 배웠는가.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지나치게 높은 아파트 가격, 규제완화로 일관하는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늘어나는 토건 지출, 이미 총가처분소득의 140%를 넘겨 미국보다도 높아진 가계부채 수준, 그리고 최근 더욱 늘어난 주택담보대출과 커져가는 가계의 이자 부담. 이런저런 현실들만 살펴보아도 한국은 조만간 또다른 종류의 금융불안이 걱정될 정도이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한국 경제는 높아진 수출의존도와 전면적 금융개방으로 대외적 충격과 단기해외자본의 변덕스런 움직임에 더욱 취약해졌다. 한국인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던 1997년의 외환 금융위기는 이미 잊혀지고 만 것일까.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그리고 두번째는 희극으로 반복된다고 했다. 새천년의 첫 10년을 보내고 다음 10년을 맞이하는 지금은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현재를 직시하는 냉철한 시선이 필요한 때다.

이강국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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