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16 20:51
수정 : 2009.12.1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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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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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이 한장 남은 때가 되면 한해의 경제상황을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먼저 올해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물론 일부 조항이 작년부터 시행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시행은 이때부터였다.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성급한 규제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이에 따라 법 시행을 연기하자는 제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법은 예정대로 시행되었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큰 변화는 올해 7월 이 법의 개정 규정에 따라 증권회사(이제는 금융투자회사라고 호칭이 바뀌었지만)가 지급결제 업무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고 이제는 보험회사까지 형평성 차원에서 지급결제 업무에 참여하게 해 달라고 요구중이다.
작년 말에 극심했던 외화 유동성 위기는 올해 3월을 고비로 서서히 해소되기 시작했다. 환율은 다시 절상 기조로 반전했고 금융시장에는 예전의 낙관주의가 되돌아왔다. 이런 조류에 따라 키코 관련 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도 조금씩 변화했다. 작년에 외환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은행이 나쁜 사람이었고 중소기업은 선의의 피해자였다. 이런 인식이 작용했는지는 몰라도 키코에 관한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은 희한한 것이었다. “사정 변경에 의한 계약해지”라는 논리에 따라 변화되는 상황에 대한 대응을 본질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사실상 부정해 버렸던 것이다. 다행히 올해 들어서는 키코와 관련한 논의가 설명 의무가 충분했는가의 여부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으로 집중되고 있다.
금융제도 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탄 것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이었다. 입법안 쪼개기, 상임위 날치기, 직권상정, 본회의 부결, 입법 예고도 없이 국무회의 재의결, 미디어법 날치기에 얹어서 슬그머니 본회의 날치기, 헌재 무효확인 청구 패소 등 하나의 법안이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편법을 통해서 입법될 수 있을까 하는 경탄이 나올 정도이다. 이 과정에서 금산분리를 강화하고, 특히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에도 금산분리 규제를 새로 적용하겠다는 미국의 금융개혁안이 발표되었지만 정부와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삼성은 삼성생명 상장과 3세의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고 있다. 총수 사면 논의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실물경제는 괄목할 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수출이 초기의 환율 효과에 힘입어 선전했고 내수 역시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그 결과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올해 초에 제2의 경제위기를 걱정했다는 점이 무색하리만큼 착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모래성 위에 가분수 꼴로 버티고 선 부동산시장의 향배를 점치는 것은 출구전략을 언급하는 것만큼이나 금기시되고 있다. 금리 인상 대신 총부채 상환비율 규제를 택한 덕분에 저소득층의 내집 마련 꿈은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다. 내년에 국책사업 시행에 따른 토지보상금이 집값을 밀어올릴 경우 이 투전판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된 저소득층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5일 개시된 미소금융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존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자가 뒷전으로 밀리고 제도권 금융기관 경력자와 지역 유지가 중심이 된 미소재단이 과연 서민대출의 특성에 잘 부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칫 내년 선거를 앞두고 눈먼 돈 나눠먹기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기축년이 역사 속으로 저물고 있다. 내년에는 숨가쁜 정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호랑이 등에 탄 해가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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