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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1 21:10 수정 : 2009.07.01 21:10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30일 하반기 경제운용의 초점을 “서민”에 맞추겠다며 장관이 직접 나서서 서민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서민에 관심을 갖겠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서민을 위해 필요한 일은 하지 않고 생색만 내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벌써 언론들은 알맹이가 없는 급조 대책에, 이미 발표된 대책을 재탕 삼탕으로 우려먹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교수가 이렇게 논문을 썼다면 벌써 자기 표절로 몰려 톡톡히 곤욕을 치렀으리라.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기본 방향이 잘못되었다. 서민은 우리 사회의 평범한 대중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경제대책은 그것이 국민을 일반적으로 이롭게 한다는 점에서 대체로 서민 경제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부자 감세와 재벌만을 위한 규제완화 같은 것을 서민 경제대책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서민 대책이 언제나 극빈자를 위한 대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 전체에 보편적인 영향을 끼치는 정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뭐니뭐니해도 물가 안정, 집값 안정, 교육비 안정이다.

우선 물가 안정부터 살펴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식품물가 상승률이 전체 30개 회원국 중 2위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위라는 통계수치를 내놓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회원국 평균은 0.1%다. 이러고서 서민 대책을 운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가 안정의 책무를 부담하는 한국은행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물가 안정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수치로 표시된 목표를 지키는 데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그런 의심을 사기 딱 좋은 증거가 내년부터 적용되는 물가상승률 목표다. 한국은행은 현재 2.5%에서 3.5%로 주어진 물가 안정 목표를 2%에서 4%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3년 누적 상승률 기준으로 12%까지만 맞추면 된다. 예를 들어 6%, 4%, 2%를 경험해도 우리나라는 물가 안정 목표를 잘 지킨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희극이다. 선진국은 대부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 내지 2%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

다음으로 집값 안정이다. 종부세 해체하고 투기과열지구 해제하고, 양도세 완화하고 난 후 최근 들어 집값은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을 살린다고 여기저기 재정자금을 풀고 나면 그 돈이 다시 서울로 몰려 집값을 밀어올릴 것이 거의 확실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여기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아마 지금 돈이 있는 사람은 이미 “투자”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꿎은 서민은 뻔히 오르는 집값을 보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 아마도 이번 투자기회 역시 “그림의 떡”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교육비 안정을 보자. 이 부분이 그래도 볼만한 부분이다. 보육비 지원 대상 확대 등으로 총 9000억원가량 되는 예산이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들이 문자 그대로 “재탕”인 자기표절 정책이라는 점이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작 학부모들의 허리를 휘게 하는 주범인 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에 대한 교육비 부담 경감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등록금 때문에 학부모는 허리가 휘고, 항의하는 여대생은 삭발하고, 대졸자는 신용불량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픔은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마 계속될 것 같다.

서민 대책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돈을 집어넣고 경제원리도 반영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대책의 중요성을 발견한 데서 그치지 않고 서민대책 그 자체를 잘 발견하기 바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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