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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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경제
스타벅스의 실적이 추락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이 다국적 커피 브랜드의 최근 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 주당 1센트로 떨어졌고, 뉴욕증시 상장주식의 가격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나는 스타벅스의 투자자도 그 커피 애호가도 아니다. 스타벅스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그 실적이 사람들이 마음 풍경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해서다. 스타벅스는 소비자에게 ‘커피 대신 문화를 사라’고 말하면서 성공한 기업이다. 커피만을 마시기 위해서라면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4천원을 넘나드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커피 한 잔 이상의 감성적 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소비자의 마음속 여유가 사라질 때, 그 ‘감성적 체험’을 포기하게 된다. 그때 불황은 우리 마음 한복판에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마음속 여유가 사라질 때, 사람은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려 한다. 그러다보면, ‘존엄’을 지키는 데 필요한 지출을 줄이게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어려운 사람에 대한 기부라든지, 친환경 농산물 등 책임 있게 생산된 제품에 대해 치르는 프리미엄 지출 같은 것이 포함될 수 있다. 소비자 전체가 이런 지출을 줄이면, 그 타격은 그러잖아도 어렵게 살고 있는 서민층과, 책임 있게 경영하려는 기업가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들은 모두,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지속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돌봐야 할 사람들인데 말이다. 실제로 요즘 만난 비영리기관 경영자들은 내년 기부금이 줄어들까봐 고민이다. 친환경 유기농 상품 등을 생산하는 농가나 사회적기업들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판매가 줄어들까 걱정이다. 이들이 위축되면 불황으로 심해질 사회문제들은 더 악화하게 된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통계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 인디애나대 자선센터는 과거 40년 동안의 미국 기부 흐름을 분석해 최근 발표했다. 그런데 그 오랜 기간, 명목화폐 기준으로 연간 기부가 줄어든 해는 1987년 한 해였다. 물가상승을 고려해도, 불황이 있었던 해의 기부는 평균 2.7%만 줄었다. 특히 불황 때 개인 기부는 3.9% 줄어들지만, 기업 기부는 1.6% 주는 데 그쳤다. 기업은 불황 때도 사회공헌 활동을 사실상 유지했다는 얘기다. 기부가 늘어나는 분야도 있었다. 가사·간병·보육 등 사회서비스 분야 기부는 불황기에 오히려 늘어났다. 교육기관 등에 대한 기부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10년 전 금융위기 때도, 다들 어렵다면서도 금모으기 운동을 한다고 장롱 속 금을 들고 나왔다. 당시 민·관이 손잡고 만든 실업극복 국민위원회에는 148만명이 1200여억원을 기부했다. 비영리기관이나 사회적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문제 주변에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곳이다. 어찌 보면 문제가 많아질수록 비즈니스 기회는 많아지는 셈이다. 불황에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회문제 해결책에는 돈이 몰릴 수 있다. 위기 이후, 우리에게 어떤 경제가 찾아올 것인지를 생각하면 더 큰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다. 일본의 사회 책임경영 전문가인 에바시 다케시 호세이대 교수는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식 정글자본주의의 위기이므로, 위기 이후에는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생각하는 사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질서가 자리잡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다. 그리고 정말 창조적인 아이디어 주변에, 자원을 모아주며 희망의 싹을 심을 때다.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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