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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31 18:42 수정 : 2007.10.31 18:42

김용창/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이른바 ‘반값 아파트’ 실패 여부를 놓고 볼썽사나운 말싸움이 벌어졌다. ‘정부가 사실상 자초한 것’, ‘반값 베스트셀러’, ‘이치상 안 되는 정책’, ‘이미 폐기해 버린 정책’, ‘정치권의 한건주의’, ‘포퓰리즘의 전형’ 등 서로 떠넘기기 공방이 오고가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정부, 청와대, 주요 언론 등이 겉으로는 말싸움을 하고 있지만 본디 이뤄질 수 없는 정책이라는 것에는 은근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마치 ‘거 봐라. 안 되지. 쌤통이다!’ 심보의 결론을 서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싸움 뒷면에는 늘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주택시장 개입정책이 실패를 했으니 인간의 본성이라는 이기심에 기반한 순수 시장논리와 완전한 사유재산제 보장 논리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을 것이고, 이에 동조하는 관료·전문가·언론 등이 또한 옹호사격을 할 것이다. 또다른 우려는 향후의 부동산 정책에서 모든 개혁적인 시도는 과거 반값 아파트 정책 실패를 거울 삼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 싹을 송두리째 잘라 버리려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번 말싸움 과정에서 반값 아파트 싸움의 실체적 목표와 진실은 외면당하고 있다. 분양값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 4월의 서울시 아파트 평당 분양값은 1346만원이던 것이 7월에는 평당 2250만원까지 치솟았다. 자율화 이전인 1998년에는 520만원 수준이었다. 월급쟁이 봉급과 공산품 가격은 단 몇%만 올리려고 해도 온갖 어려움에 직면하는데, 인간 생존의 근본조건 중 하나인 주택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하고 있다. 반값 아파트 담론의 실체는 주택 가격과 주거 비용을 절대적으로 낮추어 생활의 품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고, 여전히 이 목표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값 아파트라는 말은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에서 만든 것이기에 정부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는 항변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고, 이번 군포 부곡지구 청약 외면 사태를 계기로 참여정부의 주택정책이 모조리 실패했다고 도매금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잘못이다.

그러나 이번 시범사업에서 정부의 사실상 정책 태업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시범사업지구라고 하면서 변변한 기반시설도 없는 외곽지역이고, 유비쿼터스 도시개념에 입각하여 첨단 새도시로 건설하면서 단지 규모도 부곡지구보다 30배가 넘는 파주 새도시에 비해 건축비는 오히려 비싸고, 전매제한 기간은 20년으로 설정하였다. 정책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어쩔 수 없이 이러한 결과가 나왔으니 없던 일로 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하자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주택정책을 보면, 저소득층과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급여, 공공임대 등의 주거복지 정책이 있고, 분양값 규제 및 공공택지 공급처럼 시장에서 주택구입 가격을 적정하게 유지시켜 주려는 중산층 이상의 정책도 있지만 정책 사각지대가 있다. 공공 임대주택 정책의 대상도 아니면서 일반 분양주택을 구입할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계층이다. 이들의 주거 안정성을 높여줄 수 있는 정책을 찾는 것이 반값 아파트 논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주택시장 이동계층에서 중간 사다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금은 집이 없지만 자신의 노력과 정책의 도움으로 주택시장 계층을 차곡차곡 밟아가면서 온전한 내집마련 꿈을 실현시킬 수 있고,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삶의 꿈을 접지 않을 것이다. 꿈과 희망을 줄 수 없다면 무엇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함께 살아가자고 할 것인가?

김용창/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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