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30 17:45
수정 : 2007.03.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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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원/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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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가족살림
대학을 우골탑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골탑의 사전적 의미는 가난한 농가에서 소 팔아 마련한 등록금으로 세운 대학을 뜻한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대학생들이 주역이었던 4·19 혁명 이후 많이 쓰였다. 높이 올라간 대학의 흰 대리석 건물들이 마치 소의 뼈를 쌓아 만든 탑같다는 비유도 있는데, 당시 많은 학부모들이 소를 생업 기반으로 삼았던 농민이었던 점에 비추어 가히 틀리지 않은 비유다. 경제가 많이 나아진 지금도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형편은 그리 다르지 않다. 한 명의 대학생 등록금만도 수백만원에 이르러 여전히 제때 마련하기에 빠듯한 것이 서민들의 삶이다.
한 해 대학 등록금으로 들어가는 돈이 10조원이 넘는다. 이 중 장학금으로 제공되는 것이 1조원 남짓이니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이 연간 9조원 정도된다.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나서, 어느 대학이, 총장 누구가 얼마의 돈을 만들었다는 자랑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 중 얼마가 장학금으로 쓰여 결과적으로 학생들 등록금 부담을 줄였는지 하는 자랑은 잘 들리지 않는다. 홍역 앓듯 치르는 등록금 인상 반대투쟁 때도 등록금 인상분 이상으로 충분히 장학금을 확충했노라고 자랑하는 대학을 보기 어렵다. 주요 정당들이 나서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어느 당은 수조 원의 장학금 조성 등으로 ‘등록금 반값’ 실현을 내걸고 있고, 또다른 당은 졸업 후 갚는 등록금 후불제를 내용으로 ‘무상교육제 우선’을 내걸고 있다. 예산 부담 등 논란이 있으나 잘 다듬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실현되었으면 한다. 학비 부담을 크게 줄여 주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10년 전 불법 피라미드업체 하나가 한 해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 적이 있다. 삼백만원짜리 자석요를 파는 곳이었는데, 당시 피해자의 다수가 20대였으며 특히 대학생들이 많았다. 학비나 생활을 유지하는 데 써야 할 돈을 불법 다단계 업체에 갖다 바친 것이다. 요즘 봄철 대학가는 마치 사냥터와 같다. 순진한 신입생을 노린 온갖 수법의 나쁜 상술들이 대학가를 누빈다. 불법 다단계판매 수법으로부터 선배를 사칭해 각종 교재와 물품을 판매하는 것, 돈이 급한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고리사채 유혹까지, 등록금 부담 이외에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입게 되는 부담과 피해가 여간 아니다. 한 해 수천억원의 돈이 대학생을 통해 불법 다단계 업체나 악덕업자에게로 새어나간다. 반복되는 피해를 보면, 10년만 잡아도 이미 수조원의 돈이 학생들을 통해 대학이 아닌 새로운 우골탑 곧 악덕업자들에게로 들어간 셈이다.
대학생 6명 중 1명이 1인당 수백만원씩 불법 다단계판매 관련 피해를 겪었고, 친구관계가 깨어지거나 신용불량, 심지어 자살충동에 빠지는 사례까지 적지 않았다는 조사도 있다. 지금도 친구의 거짓말 권유에 빠져들었다 도망쳐 나오고자 실랑이하는 대학생들을 도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상한 것은 이런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고 학생들의 피해가 누적되어가도 대학들이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이 학생들의 피해와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 연간 수천억원이 악덕 우골탑에 들어가고 있어, 이를 예방하는 것만으로도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 5% 정도 줄여주는 의미가 있다. 한 대학의 예처럼, 소비자 교육기회 제공, 피해예방 자료집 배포, 불법 다단계 업체 참여를 금지하는 학칙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학생 보호에 나서야 한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기만하며 학부모와 대학사회에 폐해를 끼쳐 온 악덕상술, 새 우골탑을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신종원/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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