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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2 17:22 수정 : 2007.02.02 17:22

전창환/한신대 국제경제학과

나라살림가족살림

2006년 12월 말 현재 국민연금은 적립금 규모가 약 190조원, 국내외 주식투자 금액 22조원에 이르는 세계 거대 연기금의 하나다. 2006년 말 국민연금 개혁안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기여율 인상과 급여율 인하 결정이 통과되어 장기 재정 안정성의 측면에서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기여율 인상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국민연금제가 국민 노후생활 보장의 기본 축이 되어야 하는데도 이를 대하는 국민들의 신뢰도가 극히 낮다. 이런 여건에서 앞으로 급속히 늘어날 국민연금 적립금의 운용이 아주 중요해진다. 특히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적립금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민연금 적립금 운용에서 지금보다는 훨씬 더 큰 위험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연금 적립금의 운용과 관련된 기금운용 체계가 극히 취약하다. 기금운용과 관련하여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비추어 볼 때 현행 기금운용위원회의 조직 위상과 인적 구성으로는 기금운용위 본연의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현행 기금운용위원회는 아직 비상설 분기별 회의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기금운용위원들도 기금운용 계획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등 신자유주의 세력들은 공적 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집행 이사회 내지 수탁자 이사회를 캐나다연기금투자회사(CPPIB)처럼 민간 금융전문가로만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곧 정부 관료와 가입자 대표를 동시에 배제함으로써, 기금운용에 ‘금융수익성 극대화=투자 포트폴리오 가치의 극대화=주주가치 극대화’ 이외에 어떤 다른 논리도 끼어들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한국을 자산운용업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금융허브로 육성·발전시키겠다는 구상에 따라 정부는 외환 보유액의 운용이나 국민연금 적립금 운용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외환 보유액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가 2005년 7월1일에 출범하였으며, 조만간 국민연금 적립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국민연금투자공사가 설립될 예정이다. 실제 한국투자공사의 경우 정부 관료의 입김이 절대적이며, 특히 운영위원회는 완전히 재정경제부의 통제 아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현재까지 사용자 대표, 노조 대표, 시민단체 대표, 지역 가입자 대표 등 비교적 가입자의 이해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지만 이 구도마저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에 와 있다. 왜냐하면 정부와 여당은 기금운용과 관련해서는 가입자 대표를 줄이고 캐나다연기금투자회사와 달리 정부 관료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금운용위원회 내 노조 대표와 시민단체, 가입자 대표는 적어도 절차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하여 발언하고 감시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가입자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양대 노총마저 전문 인력의 부족과 관심의 결여로 기금운용에 대한 실체적인 발언권과 감시 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대표나 시민단체마저 이 부분을 놓치게 되면 사회적 연대와 세대간 연대의 기반이 ‘금융수익성 논리=포트폴리오 가치의 극대화=주주 가치의 극대화’ 논리에 완전히 압도되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맞서 노조와 시민단체가 모처럼 연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잘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전창환/한신대 국제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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