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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9 18:38 수정 : 2006.11.19 18:41

유종일/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정부 인사들이 아무리 지금 집 사면 손해다, 참고 기다리면 분양가를 인하할 거다 운운해도 국민은 믿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래 부동산 정책이 수도 없이 나왔지만 집값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천정부지로 뛰고 또 뛰었다.

이를 두고 정책에 대한 신뢰, 나아가 정부에 대한 신뢰의 위기 현상이라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간혹 이러한 신뢰의 위기 때문에 정부가 무슨 정책을 써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칫 정책 실패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도 있는 그릇된 발상이다. 아무리 신뢰를 잃은 정부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으면 비록 신뢰받는 정부에 비해 정책효과가 좀 더딜지라도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서서히 회복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 정책 자체가 일관성이 없다는 데 있다. 집값 안정과 경기부양이라는 상충된 목표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투기억제 정책과 함께 각종 개발사업을 남발하면서, 수요억제와 공급확대라는 정책방향의 선택에서 우왕좌왕하면서 일관성을 잃어버린 것이 정책에 대한 신뢰 붕괴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다.

참여정부에서 처음 나온 대형 부동산 정책인 10·29 대책을 필두로 해서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은 항상 애초에 논의되던 수준이나 시장이 예상하던 것에 비해 약화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거품이 있다면 일시적인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를 과감히 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경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여 오르고 난 뒤의 수준에서 안정시켜 보려는 정도의 대책만을 추구했던 것이다. 참여정부가 잘했다고 내세우는 것 중의 하나가 부동산 경기 띄우기 등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부동산 거품을 엄청나게 키우고 말았다.

또한 정책혼선도 거듭되었다. 정부와 당과 청와대가 걸핏하면 엇박자를 보임으로써 정책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이와 나란히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는 각종 개발정책을 남발하여 부동산 가격 급등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중에서도 기업도시 특별법은 최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정부가 투기수요 억제라는 정책방향을 공급확대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11·15 대책의 주안점도 그렇고, “분양원가 공개나 분양값 상한제는 공급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박병원 재경부 차관의 발언도 그렇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공급확대 정책은 항상 부동산 투기 열풍과 가격 앙등으로 이어졌다. 공급확대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핑계로 투기수요나 분양가 폭등 등 문제점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공급부족이 문제라는 인식은 곧 지금 집값에 거품이 없다는 인식과 상통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뿐 이를 두고 거품이라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이 수요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지고 싶다고 해서 수요가 아니다. 얼마를 지출할 능력과 용의가 있느냐에 따라 시장수요는 결정된다. 투기꾼이든 실수요자든 자기 돈은 충분하지 않은데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서 주택구매에 너도나도 나서게 되고 이것이 가격상승을 초래한다면, 이것이 바로 거품이다.

정부의 인식 혼란과 일관성 결여가 만에 하나라도 재산공개를 하는 고위공직자 절반이 강남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더구나 부동산 정책 관련 고위공직자들의 아파트 가격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평균 3억원이 상승했다는 사실과는 무관한 것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종일/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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