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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3 19:20 수정 : 2019.12.14 02:31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한국방송>(KBS) 드라마스페셜 <히든>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 한주경(류현경)은 친구 선주(오연아)로부터 가출한 아들 김건(서동현)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선주는 중학교 2학년인 건의 방황을 사춘기 탓으로 돌리지만, 경찰 특유의 촉이 발동한 주경은 단순한 가출 사건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건의 책상에서는 어둡고 섬뜩한 그림 노트가 발견되고, 학교에서도 건이 친구들의 귀중품을 빼앗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사건을 파헤치던 주경은 건이 초등학생 시절 과실치사를 저지른 범법소년이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7년 전 어린 꼬마의 장난 때문에 존경하던 선배를 떠나보낸 사건에 대한 상처와 분노가 남아 있는 주경은 또 한번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된다.

지상파 유일의 단막극 페스티벌이었던 <한국방송>(KBS)의 <드라마 스페셜 2019>가 막을 내렸다. 그 대미를 장식한 작품은 <히든>(윤지형 극본, 이현석 연출)이다. <히든>은 최근 몇년 사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소년범죄와, 이에 따라 폐지와 개정 논란에 휩싸인 소년법 시스템을 소재로 하고 있다. 드라마는 범행 당시 만 10살 미만으로 어떤 법적 처벌도 받지 않는 범법소년과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는 만 10살 이상부터 만 14살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 건은 만 9살 때 과실치사로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범법소년 출신으로 현재 만 14살 생일, 즉 촉법소년 해제를 3일 남겨둔 소년이다. 주경은 건의 컴퓨터에서 촉법소년 제도를 조사한 흔적을 발견하고 그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또 한번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에 대비한다.

소년범죄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닌 경찰과 범법소년의 추격전을 통해 소년법 논란을 다루는 <히든>의 태도는 조심스럽다. 연출자가 밝힌 바대로 어린 소년의 범죄를 일방적으로 변호하지도, 잘못을 부각하지도 않는다. 대신 현재의 소년법 논쟁에서 처벌보다 더 부각되어야 할 중요한 지점들, 즉 소년 범죄자의 반성과 교화, 그 보호자들의 인식과 책임 문제 등을 돌아본다. 가령 최근 성남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사건을 둘러싼 문제가 있는 장면들, 즉 잘못을 저지른 아동 쪽 보호자들의 무책임한 태도, 피해자에 대한 공감 결여, 아동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라는 왜곡된 인식 등에 대한 문제가 <히든>에서도 재연된다. 그 안에서 아이는 잘못을 반성하고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뚜렷한 답을 제시하기는 어렵더라도, 논쟁적인 주제를 피하지 않고 동시대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는 태도는 <히든>만이 아니라 그동안 <드라마 스페셜>이 꾸준히 보여준 중요한 미덕이다. 올해 드라마 중 최고의 화제작이라 할 수 있는 한국방송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도 <드라마 스페셜>로 데뷔했다. 이 드라마를 둘러싼 논쟁과 결말에 쏟아진 뜨거운 공감의 목소리는 <드라마 스페셜>의 오랜 미덕과 절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단막극의 존재 가치, 더 나아가 드라마의 본질적 미덕을 일깨워준 이 축제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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